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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달글 Mar 19. 2021

[문곰] 글쓰기를 글쓰기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어떤 동기, trigger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유 없이 글을 쓰지는 않는다.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책읽기를 정말 오랜만에 해보다가, 이 책이 계속해서 글쓰기를 하라고 부추겨서 하게 되었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자기계발서의 표준격인 이 책은 여러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빌리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도 왠지 해봐야할 것 같아서, 명상앱도 설치하게 해보고, 지금은 글도 쓰게 하는 책이다.

물론 책을 읽었다고 바로 매일 아침 명상을 하거나 갑자기 일기를 쓴다면, 어차피 오래 못갈 것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도 알고 있고, 해당 책에서도 비슷한 언질을 준다. 꾸준히 해야한다는 압박감, 그 지속력에 대한 기준이 스스로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소위 ‘각’을 잡는다고 하는데, ‘각’은 처음에나 날카로울뿐 시간에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기준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IBM의 예시를 들자면, 컴퓨터의 무게가 300kg를 넘던 시절에 IBM 세일즈맨들은 모두 매일 전날의 판매 기록을 깨곤 했다는데, 이를 가능케 한것은 판매 할당을 매우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제공하고, 영업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낮춤으로써 결국 할당을 채우고 초과달성을 유도하기까지에 이른다.

1을 목표로 하지만, 1을 목표로 하다가 0이 되기보다는 매일 0.1을 하는 것이 나중에는 SUM이 더 큰 법이다. 글쓰기에도 0.1이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뻘글이라도 계속 쓰는 사람들이 나중에 갑자기 글을 쓰라고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문장력이 뛰어날 수 밖에 없다. [글쓰기에도 ‘질’보다 ‘양’이 선결되어야 한다. 양적 팽창은 질적 전이를 가져온다.] 이 문장에 전적으로 동의 하며, [글은 화려하기보다는 솔직해야 한다.]라는 문장에도 공감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언제 글을 제일 잘 썼나, 생각해보면 대학교 1학년때 인 것 같다. 그때는 페이스북에 광고가 많지 않았고, 매일 담벼락에 글을 하나이상은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때처럼 생각을 기록하지 않는 것일까,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개인적으로 팔로우 하는 어떤 분의 경우, [OOO님의 ㅁ년전 추억]이라 뜬 자신의 예전 페이스북 글을 repost하면서 comment를 하는데, 작년에 자기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의사와 관련된 글을 쓴 것을 보고 스스로 놀란 comment를 최근에 올렸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페이스북을 가장 잘 쓰는 사람 같다.

모든 글은 백지에서 시작되고, 인생에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글을 쓸때도 첫문장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심하는 것보다, 일단 여러 개의 문장을 써보다가 다시 새로 쓰는 것, 이때 이전에 글은 지우지 않는 것이 나은 것 같다. 또 책에서는 차라리 중간에서부터 써보는 건 어떠냐고 얘기하는데 맞는 말 같다. 어렸을 적 우리 아버지도 내가 공부를 할 때, 틀린 내용을 지우개로 열심히 지우고 있으니까, 지우고 다시 쓸 시간에 새 페이지에 그냥 쓰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참 진리라는 것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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