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 이즈 오사카』로 본업 복귀한 썰
길었던 코로나19 시기를 거쳐 드디어 가이드북 작가라는 본업으로 복귀했다. 3년 만에 다시 돌아본 오사카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꼼꼼하게 살펴 가며 바뀐 부분을 고쳐 나가고, 새로운 맛집과 쇼핑 스폿을 탐색하고 원고를 새로 써내려가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책이 서점에 입고된 지 아직 일주일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교보 여행 주간 1위! 그래서 오늘은 책 자랑을 좀 해보려고 한다.
1. 엔데믹 시대를 맞이한 간사이 마음챙김 여행
오랜만의 개정 작업을 하면서 중점으로 뒀던 부분은 코로나19 이후의 '힐링'이다. 오사카, 교토, 고베, 나라를 주축으로 한 간사이는 도시마다 개성이 완전히 다르고 먹을 것도 볼 것도 너무나 많은 곳이라 아침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녀도 부족해서 자칫 여행을 진심으로 즐기기보다는 짜여진 일정에 끌려다니기 쉽다. 나는 수년 간 가이드북 취재로 간사이를 줄기차게 오가면서, 명소와 맛집을 하루에 열 군데 이상 다니고도 부족해했다. 작가 입장에서는 독자들을 위한 선택지가 가능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많이 경험하고 맛보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코로나19로 기약 없이 여행이 멈춘 시간들은 내게 과로와 스트레스로 잃었던 건강을 되찾고 여행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아가는 계기가 돼주었다. 그래서 이번 개정판에서는 조금 더 여백이 있는 여행, 하루에 단 한 가지를 보고, 단 한 가지만 먹더라도 나와 여행을 함께하는 지인들과 그 어느때보다 소중한 추억이 되기를 바라는 맘에서, 백과사전처럼 두꺼웠던 벽돌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점검했다. 과욕을 버리고 정말로 필요한 정보, 꼭 소개할 가치가 있는 장소들로만 알차게 채워나가며, 한결 가볍고 새로워진 마음가짐으로 작업했다.
2. 한결 같이 사랑받는 로컬 맛집 & 먹거리 꿀팁
개정을 하면서 한 가지 뿌듯했던 점은 코로나19로 인한 방일 관광객 급감에 더해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일본의 많은 상점이 폐업하는 상황 속에서도, 내가 책에 소개한 많은 로컬 맛집들이 끄떡없이 건재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곳들은 3년간 일본 현지인들의 리뷰 수가 쌓이고 쌓여 더욱더 유명해져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여행자들 리뷰에만 집중하지 않고, 일본에서 출간된 각종 간사이 가이드북과 잡지, 일본 맛집 사이트들을 위주로 분석한 다음 직접 맛보고 선별한 덕분이다. 또한 맛집뿐 아니라 초밥, 타코야키, 오코노미야키, 우동, 말차요리 등 간사이 지방의 다채로운 먹거리의 종류와 먹는 방법도 흥미롭게 풀어썼다.
3. 낯선 일본 문화를 알기 쉽고 재미나게!
『디스 이즈 오사카』에는 일반 여행 정보뿐 아니라 일본 문화나 역사 상식도 상당 부분 들어가 있다. 일본을 여행할 때 쉽게 볼 수 있는 사찰이나 신사의 구조와 둘러보는 법, 간사이 지방의 문화유산에서 자주 등장하는 역사적인 인물 등등이 일러스트와 구조도와 함께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서 일본 문화에 낯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4. 간사이 쇼핑 A to Z! 아웃렛, 편의점, 드럭스토어, 공항 기념품까지
쇼핑 스폿을 소개할 땐 어떤 층에 어떤 브랜드가 입점했는지, 어떤 맛집과 디저트 코너가 들어서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고, 그곳 외 관광객들이 즐겨 가는 지역에 또 다른 지점은 어디인지도 체크해서 넣었기 때문에 본문에 스쳐 지나가는 한 줄 한 줄도 모두 귀중한 쇼핑 팁이 될 수 있다. 이밖에 간사이 공항 기념품이나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인기 아이템, 주류 정보 같은 것도 일본 현지인들에게 실제로 인기 있는 것들로만 조사한 생생한 정보를 100% 활용했다.
5. 꼭 가야 할 명소만 딱딱 짚은 알찬 스케줄
스케줄도 여행지에서의 실제 소요시간과 동선을 고려해서 주요 명소를 놓치지 않고 둘러볼 수 있도록 세세히 짜여 있어서 각자의 일정에 참고하기에 좋다. 오랜 일본 여행 경험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여느 여행사 스케줄에 뒤지지 않은 일정이라 자부한다.
6. 여행 가이드북 장인 출판사의 교통 & 지도 정보 노하우
특히 교통과 지도 부분은 『이탈리아 데이(현 디스 이즈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창업 이후 지금까지 오로지 여행서만 고집해온 테라 출판사의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간사이 지역은 일본에서도 ‘사철왕국’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JR부터 한큐, 한신, 케이한, 킨테츠 등등 온갖 사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데다 패스 종류도 수십 종이 넘고, 여기에 각종 버스로 여행하는 교토, 선박과 노면전차들까지 가세한다. 다행히 테라 출판사는 작가들이 복잡한 작업을 홀로 감당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작가의 장점은 더욱 살려주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주면서 작가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여행지와 책에 애정을 쏟아붓는 것. 그 점이 테라 출판사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퀄리티 높은 가이드북을 출간할 수 있는 이유다.
나라도 어지럽고 마음도 어지럽지만 하늘길이 다시 열린 것은 참으로 반갑다. 하늘은 우리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연결해준다. 여행은 모두를 설레게 한다. 내 책이 누군가의 여행길에 기분 좋은 안내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