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의 영혼"에 취해서

나폴 리따나 파스타

by 안신영


멀리 이탈리아에 계신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의 브런치에서 "마늘의 영혼"을 읽다가 불현듯 생각나는 음식이 있었다.


오래전 지인은 집으로 초대하면서 모시조개를 사 오라고 했다. 해주고 싶은 요리를 정했지만 냉장고에 없는 재료를 내게 부탁했던 것 같았는데, 그곳은 도시와 떨어진 곳이라 장을 볼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나 보다. 나도 서울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사는 곳에서 전통 시장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거니와 모시조개는 큰 전통시장에나 가야만 구할 수 있는 조개였다. 부산 같으면 가까운 부전시장, 멀리 자갈치 시장에 가면 온갖 조개류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데 말이다. 잠시 고민 끝에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갔다. 해산물 코너로 직행해서 갔지만 모시조개는 없었다. 발길을 돌려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 해산물 코너엔 마침 비단 모시조개가 있었는데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어쩌랴 지인의 부탁인데.


도착하자마자 요리 보조로 변신하여 지인이 꺼내 놓은 다섯 개의 통마늘 껍질을 벗기고 모시조개를 삶아 빨간 조갯살을 꺼냈다.

지인은 파스타면 삶을 물을 가스불에 올리고는 껍질 까놓은 마늘을 편으로 썰기 시작했다. 모시조개는 조갯살만 그릇에 담아 놓고 국물은 버리지 말라고 한다.



그 당시엔 크림 파스타나 토마토 미트소스 스파게티, 조개를 통째로 넣어 만든 봉골레 파스타 외엔 먹어 본 경험이 없어서 무슨 파스타인가 궁금해서 곁에서 열심히 보조를 했다. 마늘 편을 버터를 녹인 팬에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볶으면서 1차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다시 조갯살을 넣어 볶은 뒤에 소금을 엄청 뿌리는 것이었다.

짠 음식을 싫어하는 나는 저걸 어찌 먹는담?


면을 삶아 접시에 담고는 마늘과 조갯살 볶은 것을 면 위에 얹은 다음 조개 육수를 잘박하게 붓더니 끝이다. 외국 음식에도 그토록 많은 마늘이 들어가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경험 부족 탓이겠지만 놀라웠다.


식탁에 앉아 준비해온 와인을 따르고 파스타를 먹는데 조개 육수와 희석된 마늘과 조갯살은 그다지 짜지 않고 맛이 일품이었다. 아주 담백했으며 오이 피클이나 할라피뇨 고추가 없어도 배추김치와도 아주 잘 어울리는 음식이었다. 지인은 맛있게 먹는 나를 바라보며


"짭짤한 이것을 맥주나 와인을 곁들여 나폴리 사람들은 바닷가에 앉아 두세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며 이 파스타를 즐기는 거야"라고 했다.

유럽에서 오래 살다 온 지인의 말이니 넙죽 귀에 담으면서도 면접 시 하나 놓고 무슨 얘기가 그렇게 많을까?



며칠 전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의 <점순이 아빠의 일탈>에서 '~조잘대기 좋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10여 년 전 지인이 했던 저 말이 생각났는데, 오늘은 마늘의 영혼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마늘반 조갯살반 들어간 나폴 리따나(?) 파스타가 생각났던 것이다.


지인에게 파스타를 배워 온 이후에는 딸들과 자주 만들어 먹었다. 개인적으로 파, 마늘, 양파를 잘 먹지 못하는 나는 이 음식을 만들면 버터에 튀겨지듯 구워진 마늘을 잘 먹는다. 딸들도 이 파스타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 파스타를 만들 때 굳이 모시조개를 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터득했다. 부산은 해산물이 풍부해서 시장에 나갔다가 싱싱한 바지락이나 동죽, 어린 개조개 등이 있으면 듬뿍 사다가 만들어 먹는 파스타가 되었다.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의 마늘의 영혼과는 다른 얘기였지만 마늘을 보자마자 추억을 한 개 소환해 내는 시간이었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친구들과 식당에서 만나 한 끼 식사도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우리처럼 손주들 육아를 하고 있으면 특히 밖에서 만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집에서 만나 간단한 떡국을 끓여 함께하고 헤어지기도 했는데, 여러 가지 재료도 필요 없고 만들기도 간편한 나폴 리따나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늘이 듬뿍 들어가서 면역력 향상에도 아주 좋은 음식 베스트가 아닐는지!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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