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엘리베이터 앞의 찬 바닥에서 오롯이 떨고 있는 그녀는 가여운 한 마리의 새와 같았다. 가족 모두 그녀가 안쓰러워 우리 집으로 안고 들어 왔다. 주인이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며 보살피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북실북실한 털 속에 감추어진 몸매는 앙상하니 뼈대만 남아 있다. 설사까지 해대는 그녀에게 `가여운 것 , 누가 너를 버리더냐 응?' 길 잃은 개는 분명 아닐 터인데...... 애완견을 사람들 눈에 뜨이는 곳에 두고 가버린 전 주인의 저의를 파악하게 된 것은 이삼일이 경과된 후였다. 관리실에 개를 잃어버렸다고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사람 눈에 띄어 우리처럼 안고 들어와 영양제를 먹인다, 항생제를 주사한다 하며 보살펴 줄 이가 있을 줄 알았던가 보다.
전 주인의 이기적이고 무심한 마음을 우리는 `어쩌면 그럴 수 있지?' 이구동성으로 전 주인을 원망했다.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좋을 때나 싫을 때나 항상 같아야지 늙고 병들었다고 내다 버리다니. 일주일, 열흘이 지나면서 주인이 오는 것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요크셔테리어인 그녀는 은회색 털에 예쁜 눈을 하고서 우리 집 생활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애완견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기르게 된 우리는 오랜만에 그녀에게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원래 개를 좋아해서 늘 키우고 싶었지만 아파트에서 개를 기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래전에 십여 년 넘게 몰티즈견을 키웠었기에 그보다 작은 요크셔테리어는 큰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대소변을 베란다에 가서 해결하고 들어오는 영리함이 있고, 가족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는 시간이면 뛰어나가 반길 줄도 아는 그녀에게 우리는 온갖 정을 쏟아부었다. 처음에는 전 주인이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정을 주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한 달이 두 달이 되고부터는 아예 우리 식구로 받아들이며 그녀의 작은 재롱에 우리는 즐거워했다. 얼굴이 예쁘기도 했지만 잘 짖지 않아 우선 조용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난 그녀는 강아지처럼 천방지축 돌아다니며 말썽도 피우지 않았다. 먹고 자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깨어 있을 때도 걸어 다니며 재롱을 떠는 일보다는 엎드려 눈을 굴리며 식구들을 관찰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런 그녀에게 `루루'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었다. 온갖 이름을 불러보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아롱이, 다롱이, 샐리, 랄라, 루루....' 하며. 제일 많이 귀를 쫑긋거리며 반응하는 이름은 `루루'였다. 루루는 가끔씩 방귀를 뀌고는 슬쩍 자리를 피하는 일을 잘했다. 우리들은 그런 그녀에게
“루루야 너 방귀 잘 뀐다고 쫓겨났지?”
하며 웃어댔다.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을 많이 자는 그녀를 보며 너는 잠을 많이 자서 버림받았을 거야 하기도 했다. 그런 말들을 하며 우리의 마음은 그저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 보통의 작은 개들이 하는 행동이지만 루루의 모든 몸짓들이 우리에게는 특별하고 신기했다. 애완견을 너무 좋아하는 마음인가? 우리는, 특히 나는 루루에게 푹 빠져 있었다. 그저 모든 것이 귀엽고 애처로운 생각만 들었다. 말 못 하는 동물이기에 세심한 주의도 필요했고 배려도 해야 했다. 너무 많은 애착을 가졌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팔베개를 좋아하는 루루에게 기꺼이 팔베개를 해주며 큰 딸아이의 눈총도 많이 받았다. 머지않은 이별을 짐작도 못한 채.
그녀는 우리 집에서 7개월을 살았다. 나들이가 한창이던 봄날에 우리에게 발견되어 우리 집에 온 그녀는 추운 겨울날 죽음과의 사투를 벌였다. 사나흘째 밥을 먹지 않는 그녀를 보며 영양제를 먹였다. 혹시(?) 하며 예감을 했다. 늙은 개들은 죽을 때 꼭 감기 증세를 보였다. 밤새도록 숨을 할딱거리는 그녀에게 물을 떠 먹이기도 하고, 감기일 거라고 믿고 싶어 알부민 주사를 하면서까지 그녀를 살리고 싶어 했다. 우리 곁에서 너무 짧은 시간 살았다고 그녀를 잡고 싶었다. 아이들은 침묵하고 안타까워 말을 잃었다. 루루가 그토록 쉽게 우리 곁을 떠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몰티즈견의 죽음 앞에 한나절을 울었다. 조금은 담담해졌는지 이제는 그렇게 울진 않아도 마음 깊이 슬픔을 참느라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녀의 전 주인도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슬그머니 내다 버렸는지도 모른다. 전 주인에게 버림받은 인연으로 우리 곁으로 왔던 루루, 남은 마지막 순간을 우리 가족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 왔던 천사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루루 자신도 버려졌던 악몽의 순간을 보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집에서 지낸 좋은 추억만을 담고 갔으리라는 생각은 너무 큰 욕심일까?
그녀는 정말 예뻤다. (1995)
*대문 사진은 우리 호야 사진입니다. 루루 사진은 없어요.
*photo by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