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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Nov 11. 2023

주산지 품속에서 살고 싶어요.

밥은 먹고 가자고요~^^

신경주역 주차장에서 만나 글벗님 들과 지난봄 여행 이후 반가운 만남을 하고는 곧바로 청송으로 향한다.

날씨는 딱 여행하기 좋은 날씨고요. 기차표를 일치감치 예매했기 망정이지 예매표가 매진되어 없을 뻔했다며 올라가는 기차표는 특실조차 아예 없어서 영주에서 고속버스로 가기로 한다. 향숙님이 짜 놓은 일정이 영주에서 소수서원을 둘러보고 헤어져 서울로 부산으로 가기 때문에 바로 모바일로 표 에매를 한다.

가을하늘은 맑기만 하고 오랜만에 탁 트인 하늘과 산을 바라보면서 지난 6개월간 만나지 못해 밀린 얘기를 나씩 풀어 가며 향숙님의 애마는 달리고 달린다.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 단풍이 멋진 대왕참나무.

어느덧 소백산 줄기의 산들이 골짜기마다 보이는데 향숙님의

"산소카페야."

"어디 어디? 카페가 어딨어요?"

도로를 달리다 보니 뒷자리에 앉아 있는 난 앞 좌석에서 하는 말들을 전부 알아듣진 못하고 커피가 고픈 참에 카페에 당도하나 보다 생각했는데

"청송군이 산소 카페라고."

아차, 그때서야 도로 곁 [산소카페 청송군]이라고 쓰여있는 커다란 입간판을 본 것 같다. 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쉽다.

유네스코 지질학회에 등재된것은 바위가 많아서일까?

무공해 산속으로 들어 갈수록 역시 청량한 공기를 느끼며 산소카페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달리고 달리는 차 안에서 옆으로 봐도 사과밭, 앞을 봐도 멀리서 다가오는 사과밭. 온통 사과밭 천지다. 평생 구경도 못하고 지날 사과나무를 오늘 잠깐 사이에 원 없이 다 보는 것 같다. 차창으로 손을 뻗으면 사과나무가 닿을 것만 같은 사과나무. 올핸 사과가 배보다 더 비싸다고 지난 추석에 모두 입을 모았다. 그런데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 있는데 수확은 안 하나? 보이느니 사과밭뿐인데 사과 딸사람이 없나? 시골엔 일할 사람이 없다더니 그래서일까?

경북 사과는 맛있다고 정평 나있는데 경숙언니랑 정아 씨가 사과 한 상자씩 산다고 길가 과수원 앞에 차를 댄다. 사과 맛도 보고 이렇게 가까운 곳의 사과나무는 처음이라며 사과나무 사진도 많이 찍어 본다.

주산지로 들어가는 입구 주차장엔 전국에서 몰려온 대형버스들이 꽉 차 있다. 미리 전화로 알아본 식당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우선 식당으로 들어간다. 메뉴는 산채비빔밥, 더덕구이 정식으로 정하는데, 향숙님의 경험상 더덕구이 정식 4개를 시켜도 반찬은 똑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2개씩 주문을 하고 산채비빔밥을 비벼서 나눠 먹고 더덕구이도 함께 먹는 것으로..ㅎㅎ

관광지 식당에서의 팁하나!

산채비빔밥, 더덕구이정식.

그곳에서 0.9km를 걸어 올라가면 주산지가 있다고 한다. 높은 산세를 휘휘 둘러보며 바위가 참 많은 바위산이란 생각이 든다.

주산지가 산속에 있는 줄은 그곳에서야 알게 된다. 평지에 있는 큰 연못인 줄 알았던 것은 오래 던 영화(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한 장면만 기억에 남아서인가 보다. 올핸 단풍이 곱게 들지 않았다고 가는 곳마다 얘기를 한다. 멀리서 보면 예쁜 것 같은데 가까이 다가가면 곱게 물든 단풍은 없고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비도 많았던 날씨 탓에 고운 빛깔은 드물고 푸르죽죽하니 엷게 물들다 만 나뭇잎들이 많다.

그래도 예쁜 단풍나무 아래의 정아씨.

주산지는 조선 숙종(1720년) 8월에 착공하여 그 이듬해인 경종원년 10월에 준공하였다. 주산지 입구 바위에는 영조 47년(1771년) 월성 이 씨 이진표(李震杓) 공 후손들과 조세만(趙世萬)이 세운 주산지 제언(堤堰)에 공이 큰 이진표 공의 공덕비가 있다.  

저수지는 그리 작지는 않지만 입구가 협곡이며, 축조 당시 규모는 주위가 1180척이요 수심이 8척이라고 전하며, 수차의 보수공사를 거쳐 현재는 제방 길이 63m, 제방 높이 15m, 총 저수량 105천 톤, 관개 면적 13.7㏊이다.

주산지 맑은 물은 주산현(注山峴) 꼭대기 별바위에서 계곡을 따라 흘러 주산지에 머무르고 주왕산 영봉에서 뻗친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준공 이후 아무리 오랜 가뭄에도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고 호수에는 고목의 능수버들왕버들 20여 그루가 물속에 자생하고 있다.(다음 위키백과 참조)

주산지 설명, 깊은 산속 다람쥐를 만났다.
주산지에 올라 둑에 올라 바라본 풍경.

주산지에 도착해서 하늘다운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해마지 않는다. 호수와 하늘이라니 어찌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지 물속의 능수버드나무와 왕버드나무를 보니 2년 전 가을 성주에서 본 왕버드나무가 생각났다. 주산지 물속의 버드나무가 고목으로 생을 다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자꾸만 고사해 가는 주산지의 버드나무와 달리 성주의 버드나무는 시의 관리를 받아 맥문동이 펼쳐 놓은 아름다운 카펫 위에 귀족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https://brunch.co.kr/@djawl1119/308

산중의 높은 곳에 저수지를 마련해 백성들의 농사짓기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던 왕과 신하들이 있어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마음 편히 농사를 짓고 무탈하게 보냈을 그 시절 백성들은 행복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세가 깊고 세계유네스코 지질학회에 등재되어 있는 주왕산 국립공원 안의 주산지는 물안개가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가 들여다본 주산지는 맑고 청아한 날씨덕에 물안개는 볼 수 없었으나 비단잉어와 팔뚝만 한 잉어들이 먹이를 달라고 떼로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난다.

"얘들아, 줄게 없어, 빈손이야. 미안해~"

글벗들과의 좋은 여행이 추억의 한 페이지를 당당하게 자리 잡을 것 같다. 오랜 숙원이었던 주산지 여행의 소망이 글벗 향숙님의 제안으로, 손수 운전해 주는 수고로 편안하게 와서 눈과 가슴에 가득히 담는다.

주산지를 세우는데 큰 공을 세웠다월성 이 씨 이진표공의 공덕비가 세월의 수백 년이 흘렀어도 바위 위에서 비바람 풍상에도 꼿꼿하고 의연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본다.

몇 날 며칠쯤이라도 근처에 숙소를 정해 놓고 이곳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자연인이라고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산에서 약초 캐고 밭을 일구며 사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도시에서 지쳐 들어갔던 산생활에서 건강이 좋아지고 몸과 마음이 치유되어 환한 모습으로 웃는 그들을 볼 때마다 들었던 의문이 조금씩 풀리면서 깊은 산속이 아니라도 자연 속에 스며들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 같다.

*사진; 박정아, 안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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