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을 마친 우리는 거제도의 케이블카를 타러 구불구불한 섬 길을 드라이브하며 신록의 품에 푹 빠져 든다. 가는 길마다 푸르름이 반겼고 햇살에 반짝이는 나무 잎사귀들과 곳곳에서 방긋 웃는 풀꽃들이 정겹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가기 위해 올라갔는데 속으로는 무척 설레고 겁도 난다.
저 산꼭대기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케이블카를 바라보면서 제대로 탈 수 있을까? 아이들 어렸을 때 부산 금강 식물원에서 금정산을 오르는 케이블카를 탔었는지 안 탔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것이 조금은 떨려온다.그래도 기념이라 셀카 한 장 남기는 센스를 부려보는데 케이블카 젊은 관리원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어 준다. 무슨 일일까요?
케이블카는 크리스털과 케빈 두 가지가 있다.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는 크리스털은 바닥 밑으로 숲 속의 풍경이 보여 어쩌면 어지럽고 멀미가 날 것 같기도 하다. 바닥이 나무로 된 케빈은 바닥 밑의 풍경이 보이지 않아 안정감이 있어 보여 겁 많은 사람이 타도 괜찮을 것 같다. 겁이 많은 정아 씨가 무섭다며 전면이 유리로 된 것은 싫다고 해서 난 은근 다행이다 생각했다. 또 가격도 크리스털보다 조금 저렴해서 좋다.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숲만 보이다가 멀리 보이는 바다가 점점 더 넓게 보이며 숨었던 섬들도 하나씩 하나씩 줄지어 나타난다. 노자산 800m에 케이블카는 올라왔고 단체로 온 학생들과 제법 많은 사람들이 두루 구경하고 있다. 높은 산에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면서 산으로 난 길이 있을까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어느 길로 다닐까? 혹시 케이블카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상상만으로도 재밌다. 카페도 있으며 종사하는 직원들도 제법 많아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숲만 보일 때 모두가 궁금해했던 일이다. 그런데 높이 올라가며 산과 가까워질 때 길도 보이고 등산객도 보여 닦은 길이 있구나. 맞아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장비들을 실어 나르느라 많은 사람들이 다녔을 테니 길이 있을 거라는 아주 초보적인 생각을 했던 것은 숲이 우거져 길이 보이지 않아 그런 발상을 한 것 같다.
군데군데 노란 금계국이 피어 있고 이름 모를 꽃들도 간혹 보이며 케이블카에 않아 이쪽저쪽 부지런히 고개를 돌려 구경한다. 아무 사고 없이 정상에 다다르고 나서 휴우하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전망대로 오르는 나무 데크길을 오르며 점점 높이 올라 갈수록 공기는 시원하고 달콤했으며 케이블카가 아니면 이 높은 데를 힘들이지 않고 쉽게 오를 수는 없었겠지 하며 하늘이 가까이 다가선 듯 느껴져 가슴은 쿵쾅댄다. 저 멀리 바다에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섬들이 바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이라는 말씀.
데크길을 둥글게 돌며 섬들을 바라보니 초록의 덩이들이 구름에 가려진 듯, 바닷물에 잠긴듯한 모습이 마치 친구들과 속닥속닥 귓속말이라도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 같은 섬들을 둘러보다 경숙언니의 한마디에 화들짝 놀라는 우리들
"커다란 거인이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 다닐 것 같다."
"아! 맞다 맞다... 거인이라면...."
상상 속 그 거인은 우리 눈앞에서 벌써 섬과 섬사이를 겅중겅중 건너는 듯 보인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은 1968년 우리나라에서 지리산 국립공원 다음으로 2번째이자 해상공원으로는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경남 거제시 지심도에서 전남 여수시 오동도까지 300리 뱃길을 따라 크고 작은 섬들과 천혜의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해양생태계의 보고이다. 상주·금산지구, 남해대교지구, 사천지구, 통영·한산지구, 거제·해금강지구, 여수·오동도 지구의 전체 면적은 535.676㎢이며 76%가 해상 면적이다.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로 이름난 한려수도는 71개의 무인도와 29개의 유인도로 보석을 점점이 흩어 놓은 듯하다(다음백과참조)
청미래 덩굴
높은 산 바위틈에서도 풀들은 자라고 나무들은 꿋꿋하게 꽃도 피고 열매도 맺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경이롭다. 무엇하나 소중한 것이 없는 우리의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이 새로워진다고나 할까? 혹여나 사람들의 발길로 훼손되지 않았으면 하고 굳건히 잘 지켜지는 자연이어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또한 벗들과 함께 시간과 건강이 허락을 해줘 이 먼 곳까지 와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가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케이블카를 타고 출발했던 지점에 도착하니 관리인은 아까 찍은 사진을 어느새 액자에 넣어 보여 주면서 마음에 들면 구매하라고 한다.생각보다 많이 비싸다. 액자에 넣은 것이 개당25,000원이어서 4개면 십만 원? 우리의 셀카 사진도 있으니 안 하기로 한다.
먼발치에서나마 해상공원도 구경했으니 부지런히 점심식사를 하러 간다. 원래 목표했던 곳은 정기 휴일이라서 지나가다 보아 둔 묵집으로 다시 돌아가 도토리메밀 전, 도토리 묵무침, 묵밥을 먹는다.
도토리 메밀 전은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라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하고 먹다가 중간에 찍어서 비주얼이 좀 별로지만 우리 입맛에는 별미였다. 도토리 전과 메밀 전 두 장을 붙여 구운 뒤에 조각을 내어 온 것이다. 묵밥은 다른 곳에서 묵사발이라는 묵채에 국물을 넣은 메뉴인데 밥이 따로 나와 말아먹는 형식이라서 묵밥이라고 했다. 호호호~
식사 후에 들린 커피가 맛있을 것 같은 카페의 마당에서 숙근 버베나꽃에 이리저리 날며 꿀을 모으는 흰나비와벌구경을 하면서 경숙언니가 타당! 하고 쏜 커피를 맛나게 먹고 마지막 일정인 매미섬? 매미성!으로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