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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Jun 26. 2024

찍어, 어서 찍어. 신영 씨!

구조라 선착장에서 나온 우리들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미리 검색해 둔 식당으로 향했다.

꼬막 요리로 이름이 난 집 같았는데 별관까지 있는 것이 맛집인 것으로 보였다.

식당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화분의 꽃과 제법 많은 과실수들이 화분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작은 나무에 열매들이 신기해서 경숙 언니와 나는 구경하느라 즐겁다. 빼곡하게 열린 오디와 복숭아나무, 블루베리와 앵두나무가 '나 여기 있어요' 하듯 반긴다.

식당 의자에 앉자마자 음식들이 나와 한상 가득 차려진다.

이른 점심을 먹고 외도 보타니아를 돌고 와서인지 시장기와 혼자서는 잘 안 만들어 먹는 음식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젓가락을 들고 무얼 먼저 먹지? 두리번거리는데

"찍어, 찍어." 아득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뭔지도 모르고 양념 막 한 개를 들어 입에 넣으려는 찰나

"사진 안 찍고 뭐 해? 신영 씨!" 흡? 헉! 그 소리였어?

배가 고팠던 건지 일행들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열심히 핸드폰부터 들이대던 나는 어디 가고 음식부터 탐했던 순간 앗차차! 얼른 핸드폰부터 들고 사진부터 찍으면서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여행기를 브런치에 올리는 것을 아는 글벗들의 배려심에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이 샘솟아요.

대표 음식인 꼬막보다는 따끈한 된장찌개가 더 맛있다. 꼬막은 화려한 양념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전부 미리미리 담아 놓았다가 들고 와 차려진 음식이라 온기는 없고 차가운 조갯살이 생각보다 맛이 별로다. 꼬막 무침은 간이 세서 진한 맛에 본연의 꼬막맛은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시장이 반찬이 되고 벗들과 함께하는 자리여서 음식 타박보다는 맛있고 즐겁게 먹는 일이 더 급선무긴 했지만 말이다. TV프로그램의 도시어부 팀 배우들이 다녀 갔는지 배우들의 사인과 대박 기원의  액자가벽의 한 면을 채워 맛집이라는 자부심을 내걸고 있지만 손님도 우리와 두 곳,  세 테이블 밖에 없었는데 미리 해놓은 음식이 나와 실망스러웠다.

나중에 여행 마치고 하율이 엄마와 꼬막집 식사 얘기를 하니 하율이네도 그 꼬막집에서 먹었는데 그렇더라면서 큰 맛집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도 마당에 놓여 있던 화분의 꽃과 나무 열매들이 상한 마음을 보상해 주는 것 같다. 한알 똑 따서 입에 넣고 싶은 빨간 앵두, 한참 익어 가고 있는 붉은빛으로 다닥다닥 매달린 모양이 배시시 웃음 짓게 한 오종종한 오디, 작지만 탐스런 복숭아 열매까지 마음을 풍요롭게 하긴 충분하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가고 바다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숙소에 도착.

얼른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마음이 바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로운 저녁 바닷가 산책은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지만 내내 마음에 감도는 자유로움, 안도감이 몸을 휘감는다. 이 순간을 얻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던가. 그래서 이 여행이 더욱 달달하게 느껴진다.

(왼) 개키버들.                                           (오)멀리 보이는 평화로운 마을 풍경.

이튿날 아침, 우리의 여행길에 언제나 그랬든 향숙 씨의 당근 라페와 풍성한 샐러드, 정아 씨 남편이 구워 보낸 통밀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감탄을 자아내며 맛나게 먹고 너무 배가 불러 먹지 못한 두유, 견과류, 루이보스 티, 통밀빵등은 1인 가구인 내 몫이 되었다. 당근 라페 만들기 쉽도록 당근 채 써는 자동기계를 선물하겠다는 향숙 씨! 혼자 먹는 당근 채, 손으로 썰어도 충분하다며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아침의 일화. 사랑이 충만한 시간이다.

배부르게 먹었으니 산책은 당연한 것.

살짝 안개가 드리운 듯 분위기 있는 바닷가 풍경은 사춘기 소녀가 아니어도 가슴이 설레어 오기에 충분하다.

편한 옷으로 변신한 뒤에 엊저녁의 반대편 왼쪽으로 길을 나선다. 나무 데크길은 부담감도 없으며  리조트 쪽  둔덕엔 초록의 나무들이 제철을 만나 푸름을 뿜어내며 살랑이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습이 우리처럼 편안해 보인다.

눈에 익은 여름 야생화들이 반겨주는데 바닷가의 식물은 잎사귀부터 튼실한 것을 볼 수 있다. 색깔부터 진초록이며 두툼해 보인다. 메꽃도 해풍에 맞서 강인하게 보이는 잎사귀로 넓게 뻗어나가고 있다.

갯매,                                 예덕나무

데크길 중간쯤에 설치되어 있는 스테인리스의 조각 작품도 여행객에겐 큰 위안이 되어 준다.

조각가의 작품은 새벽의 생동감을 에너지로 살려 표현하고, 해돋이의 순간을 포착하여 강렬하면서도 낭만적인 이미지로 여행가에게 희망과 소망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한 작품이라는 설명.

제목도 참 좋은 <여행가의 새벽>. 이곳엔 누구나 여행객이다. 그 여행객들을 위한 응원과 위로가 함께 해주어 이곳이 더욱 인상 깊게 남을 것 같다.

데크길 끝에는 바다로 연결 지어 있는데 모래 없는 몽돌해변이라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아서 참 좋다.

바닷물이 밀려왔다 싸르륵싸르륵 빠져나가는 소리도 듣기 좋은 이 아침, 데크 옆의 처음 보는 나무가 많은데 무슨 나무일까? 식물에 관심 많은 경숙언니와 검색을 하며 "예덕 나무라는데요." 범상치 않은 나무 이름을 나누며 웃어도 본다.

아침이 후딱 가버린다.

우린 거제도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다시 움직인다.

이 모든 일정은 운전과 예약 등 여행의 달인 향숙 씨와 정아 씨의 수고로 이루어졌고, 난 잘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만 얹어 잘도 따라다니는 1인 것이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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