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거제도에 왔어도 거제도를 잘 모른다. 마지막 일정이 매미성에 가보는 것으로 끝난다는 말을 정아 씨에게 들으며 성을 섬으로 잘못 듣고 외도처럼 섬에 또 가나보다 라며 혼자 생각했다.
그런데 섬이 아니고 매미성이란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쌓인다.
어머니를 모시고 형제들과 거제도 여행을 자주 한 정아 씨는 여행의 선구자다. 카페며, 식당이며 가볼 만한 곳을 두루 꿰고 있으니 말이다.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시민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태풍)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홀로 쌓아 올린 성벽이다. 바닷가 근처에 네모 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길 반복한 것이 이제는 유럽의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성이 됐다. 그 규모나 디자인이 설계도 한 장 없이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처음에는 미관을 고려하지 않고 시멘트 콘크리트 벽돌 등을 쌓았으나 점차 주변의 풍경을 고려하여 화강암으로 바꾸고 자연의 풍광을 고려하여 예쁘게 짓기를 10년도 넘는 기간이 지나자 어느덧 거대한 성처럼 요새가 되었다.
21세기에 문화재 복원도 아니고 군사적 목적도 아닌 오로지 태풍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대한민국의 유일한 성이라고 하는데, 이 성을 혼자서 20여 년간 건설 중인 백순삼 씨는 은퇴 후에 소일거리로 하려고 장목면 복항마을에 텃밭을 가꾸었다. 바다에 멀지 않은 텃밭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인하여 밭에 키우던 농작물이 모두 쓸려 가버리고 토사가 무너져 내렸다.
이에 백순삼 씨는 다움 태풍이 올 것에 대비하여 무너진 토사 경계면에 제방을 쌓기 시작한 것이 매미성의 기초가 되어 지금은 높이 9m, 길이가 110m가 넘는 장대한 성곽과 제방이 형성되었는데 아직도 미완성이라 얼마나 커질지 모른다.
백순삼 씨가 처음 계획했던 제방은 이미 완성됐지만 관광객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증, 개축 작업을 계속하여 퇴직 이후 2024년 현재에도 부산과 거제를 오가며 성채 쌓기를 조금씩 계속하고 있다고 하는데 마치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처럼 현재 진행형으로 쌓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매미성이 있는 장목은 원래 교통이 불편했던 곳이다. 그런데 거가대교가 개통이 되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되어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많이 알려져 관광객이 연 60만 명 정도 다녀가고,특산물을 파는 상점과 카페도 들어서고 조용하던 마을이 활기가 넘쳐나게 되었다고 한다.
한 개인이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꼭대기에 올라 아름다운 남해를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변했다는 것이 대단하지 않은가? 건축학을 배운 적도 없는 분이 화강석으로 성을 쌓으며 조경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돋보이는데 나무들이 보기 좋게 가꾸어져 있다.
보통 성곽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짓는 것이 일반적인데 개인이 농작물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성을 쌓아 거대한 성채가 되고 나니 거제시의 공식 관광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몰려와 거제시에서는 공영주차장도 만들게 되어 그 주차장에 우리도 편하게 주차를 했다.
매미성이 뭘까? 물음표가 한 10개쯤 쌓였던 매미성을 돌아보고 나서 매미성의 안내판도 읽어 보고 집에 돌아와 매미성에 대해 알아보니 태풍 매미로 인해 지어져 매미성이 되었고 방송 3사 프로그램에서의 촬영과 유명 연예인들이 다녀가 더욱 많이 알려져 인기 있는 성이 되었는데 난 왜 모르고 있었을까?
덕분에 유럽은 아니어도 중세 유럽의 성곽을 구경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해의 부드러운 바닷바람에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상쾌하고 벗들과 사진 찍는 재미에도 흠뻑 빠져보며 이런 날만 같으면 살아가는 일이 무에 힘들까? 하지만 헤어질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아쉬운 마음에 매월 만나는 모임에 참석은 못해도 가끔 내려오리라 마음먹는다.
"1박은 너무 짧았어."
"알았어요. 7월에 올게요."
"정말? 그러면 우리야 좋지."
"7월 모임에 봐요."
그렇게 우리의 거제도 여행은 '가을엔 어디로 갈까? 가고 싶은 곳 생각해 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