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40대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안정된 삶을 꿈꿨다.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 없으면 안 되는 사람. 많은 연봉, 일 년에 한 번 해외여행. 웃으며 반기는 아내와 아이들. 지금의 나 하고는 거리가 멀다. 빚은 늘고, 불안한 미래는 더 불안하다. 아내하고 관계는 심상치 않다.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마음을 터놓고 말할 친구도 없다. 부모님은 고마운 존재이지만 불편하다. 뭐 하나 든든한 것이 없다. 불안하고 불편한 일상이다. 무미건조한 삶이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이렇게 건조해지다가 마른오징어가 되겠다.]
- 마흔의 우울/ 임재아
사람마다 이유도, 증상도 다양한 우울증을 한낱 경험자가 진단하거나 치료법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가 개인적으로 효과를 느낀 방법들을 공유하려 합니다. 만약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까지 갔다면 이미 늦었을 수 있으니, 우선 전문가와 상담받기를 권합니다. “죽을 만큼은 아니지만 너무 힘들다”거나, 병원 상담 후 보조적인 치료법이 필요하다면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인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적응하고 견디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여기에서 제가 효과를 본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방법들이 뻔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혹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해 보신다면, 예상치 못한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 땀 – 운동하기
땀을 흘린다는 것은 곧 운동을 의미합니다. 물론 우울감이 너무 커서 걷는 것조차 힘들다면 억지로 운동을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능하다면 밖에 나가 가볍게 움직여 보기를 권합니다.
저 역시 운동을 싫어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력장’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1km 오래달리기를 해야 했고, 군대에서는 매일같이 달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15년 넘게 달렸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신호등이 깜빡일 때조차 뛰지 않을 정도로 달리기를 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것이 지쳐버린 무더운 여름날,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에 갑작스럽게 안양천변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3km 정도를 달렸는데, 그 속도는 걷는 것과 달리기의 중간쯤이었을 겁니다. 땀과 침이 흘러내리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던 그 순간, 이상하게도 머릿속이 고요해졌습니다. 바람에 식은 땀이 시원했고, 심장의 박동과 함께 몸이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날의 해방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전문가들은 심박수를 올리는 운동이 우울감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억지로 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러닝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할 만한 운동을 찾아 실행해 보세요. 저는 러닝을 추천합니다. 극한의 고통이 느껴지는 순간, 스트레스나 현실의 무게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이 쌓이면 점점 더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길 겁니다.
2. 휴식 – 내 시간 가지기
휴식은 단순히 누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학만 가면 끝이다", "취업만 하면 끝이다" 같은 생각으로 달려왔지만, 삶에는 끝이 없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나면 쉬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쉬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시간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캠핑이나 활동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누군가에게는 수학 문제 풀이가, 또 누군가에게는 드라마 몰아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입니다.
시간을 낼 수 없는 경우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보세요. 저는 과거에 억지로 했던 러닝에서 오히려 휴식을 찾았습니다. 강박에서 벗어나 달리는 것은 이제 내 시간을 갖는 방법이자 진정한 휴식이 되었습니다.
3. 위로 – 독서를 통한 치유
마지막으로, 위로를 받아야 합니다. 전문가와의 상담도 좋고, 믿을 만한 친구와의 대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독서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독서는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듯, 위로가 되는 말도 각기 다릅니다.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정확히 짚어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책은 그 답을 찾아줄 수 있습니다. 저는 우울감으로 힘들 때 도서관을 찾았고, 아무런 정보 없이 제목만 보고 관심이 가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읽은 수백 권의 책이 저를 위로해주었고,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공감해주었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책을 고를 때도 나의 주도성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추천이나 베스트셀러 목록에 의존하기보다는, 내 감각으로 제목과 내용이 끌리는 책을 골라 읽어보세요. 그 안에서 내가 듣고 싶었던 위로의 말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작은 변화에서 시작하세요
하루만 시간을 내어 보세요.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사고, 집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땀에 흠뻑 젖은 후 샤워를 하고, 그 책을 펴 보세요. 그날 하루만큼은 우울감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변화가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