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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은마흔여덟 Jan 02. 2025

딴엔 고군분투(2)

죽음 - 삶을 돌아보다

[삶과 죽음은 연결돼 있다. 한대 우리는 죽음을 보면 삶을 돌아보지만, 삶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는 언젠가 그 삶이 끝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않는다.]

 -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 이창재




삶을 돌아보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천국이나 극락 같은 말은 허구로 느껴진다. 사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죽고 난 다음의 세상에 대해 고민할 여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의 삶의 끝에 있을 ‘죽음’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둔다.

인간은 대부분의 일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지만, 죽음만큼은 체험이 불가능하다. 죽을 뻔했다는 사람은 있어도 실제로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해 아는 것은 무수한 추측뿐이다. 하지만 나는 죽음에 대한 고찰이 한 번쯤은 필요하다고 믿는다.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은 없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는 삶의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고, 존재에 감사하게 하며, 살아갈 날들에 힘을 불어넣어 준다.


죽음과 나의 첫 만남

내가 처음 죽음을 고민한 건 사춘기 때였다. ‘죽을 땐 아플까? 아프다가 죽으면 고통이 멈출까? 내가 죽으면 주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같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죽었을 때 아플 것 같다는 생각보다는 부모님의 슬픔이 더 걱정되었다. 그래서 자살하지 말아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아픈 게 싫어서 부모님을 핑계 삼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때 나의 죽음이 부모님의 슬픔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그 깨달음은 사춘기 때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되었다.


삶을 배우다

살다 보면 누구나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죽음은 의식이 사라지고, 세상과 단절되며, 존재가 없어지는 상태다. 그리고 죽음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상실감을 준다.

철없던 시절에는 왕래가 뜸했던 조부모님의 죽음을 그저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였다. 반면 가까운 이들의 죽음은 달랐다. 회사에서 친했던 후배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투병 중이던 선배는 결국 죽음을 맞았다. 어제 통화했던 고객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친구의 죽음이었다. 나는 그 친구와 "제주도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자"라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친구는 고생만 하던 이삼십 대를 버티고 드디어 제주도에 터를 잡은 직후, 살던 집에 화재가 발생해 꿈꾸던 미래를 태우고 세상을 떠났다. 더 이상 그 친구와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는 깨달았다. 행복은 저축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중요하다.


경고

어느 날, 출근을 위해 일어나다가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에 쓰러질 뻔했다. 이석증이었다. 하늘이 1초에 두 바퀴씩 돌 듯 어지러웠고, 진짜로 오늘이 내가 죽는 날인줄 알았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을 때, 삶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그 사건 이후, 나는 죽음이 내 가까이에 있다고 느꼈고 틈틈이 삶, 인생, 자아와 같은 것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전 과는 다르게 다가왔고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충실히 살기 위해

죽음에 관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내일 죽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같은 질문이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죽음은 삶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거울이다.

죽음을 통해 삶의 태도를 수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친구의 부친상을 다녀온 뒤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하거나, 상갓집에 갔다 온 뒤 주섬주섬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운동을 결심하는 것처럼 말이다.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 호스피스에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마지막에 느낄 절실한 가치와 삶의 목적을 알아가고자 시작했던 저자는 끝자락에 인생길에 자신만의 목적지를 끊임없이 추구하라고 한다.


삶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고, 수많은 계획이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죽음 또한 내가 원하는 때에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미래의 더 큰 기쁨을 위해 현재의 작은 기쁨을 유보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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