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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Apr 08. 2022

슬럼프를 이겨내는 39가지 방법_8

8. 마음 연습 하기!

마흔이 됐다. 아직 생일 한 참 남았으니 만으로 38살이라고.. 요즘은 나이에 0.8을 곱한 것이 진짜 나이라고.. 하릴없이 외쳐 보지만, 어쨌든 앞자리 숫자가 바뀐 것만큼은 확실하다.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가는 길목도 험난했지만, 서른아홉에서 마흔으로 가는 길은 더 험난했다. 오죽하면 39세에서 40세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슬럼프를 이겨내는 39가지 방법'이라는 글을 다 썼을까. 사실 고백하자면 이 글은 나의 몸부림 중 하나였다. 현실의 서른아홉의 나는 드라마 <서른, 아홉>의 세 주인공들처럼 깨 발랄하지 않았다. 고독하고 힘들었다.


예전에 '싸이월드'가 지금의 '인스타'나 '카카오스토리'처럼 인기를 구가했을 때, 그야말로 온 국민이 애정 하는 넘사벽으로 전성기를 구가했을 때, 소위 말하는 싸이월드 '갬성'으로 인기를 얻었던 그림 하나가 있다. 연필로 스케치한 그림인데, 어린아이가 선인장을 끌어안고 있는 그림. 아이는 흑백인데 초록빛 선인장과 선인장에 찔려서 흘러나온 피만 채색이 되어 있는 미완성인 듯 한 컨셉으로 더 시선을 끌었던 그림. 나의 서른아홉이 딱 그 그림 같았다.


이미지 저작권 관련해서 문제가 있다면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bijuca@hanmail.net


흑백의 메마른 그림 같은 나는 여기저기 찔러대는 세상이라는 선인장 가시에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마흔이 되었다. 한국 나이로 벌써 마흔이 된 지 4개월 차임에도 아직도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면 소오~름이 돋는다는 친구도 있다. 나는 어떻냐구? 글쎄...?


굳이 표현하자면, 나의 뇌에 스스로 마취총을 쏜 듯 생각보다 괜찮다. 사람들 앞에서 '저 마흔이에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나쁘지 않다. 그런데... 왜? 왜 나쁘지 않을까?


돌이켜 보면 스물아홉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스물아홉보다는 서른이 더 나았다.


사극을 보면 형장에서 망나니가 사람 목을 벨 때, 한 번에 호쾌하게 단칼에 베지 않고 벨 듯 안 벨 듯 처형을 앞둔 사람들의 목에 칼 날을 댔다 뗐다 한다.


마흔 살이 된 기분을 표현하자면, 목이 베일 듯 안 베일 듯 심장 떨려하다가 형장을 두발로 멀쩡히 살아서 내려온듯한 느낌이랄까.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고 보니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TV 속 아이돌 평균 나이 곱하기 2를 해도 내 나이보다 적다는 현타가 세게 오긴 하지만.


케이크에 내 나이수만큼 초를 꼽았다 빼면 온통 구멍 투성이가 될 나이긴 하지만, 나무가 나이테를 만들어 가면서 크고 단단해 지는 처럼, 마흔의 지금 나는 나쁘진 않다. 나는 더 단단해졌고 예전보다 한 뼘 정도 더 지혜로워졌다.


그러니, 올해 서른 아홉을 맞이해 한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길을 앞서 걸은 내가 스포일러를 해주겠다.


괜찮다! 마흔 괜찮다! 살만하다! 서른아홉 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믿어라!


다만 못내 아쉬운 것은 '불혹'의 나이답게,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드물어 졌다. 좋은 것 아니냐고?


하얀 팝콘 같은 벚꽃길을 걸어도 그다지 감흥이 없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한 뼘 어치 단단해진 만큼 한 열 뼘은 재미가 없어진 것 같다. 나는 재미로 인생을 사는 사람인데.. 조금 슬프다.


나는 아직도 작은 일에도 설레고 기쁘고 싶다. 이 따뜻한 봄 날을 아름답게 느끼고 싶다. 벚꽃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즐기고 싶다.


슬럼프에는 여러 가지 종류와 또 의미가 있겠지만, 좋은 것을 온전히 좋게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슬럼프가 아닐까 싶다.


원래 남의 좋은 점에서도 배울 것이 있지만 나쁜 점, 안된 점에서 배울 것이 있는 법이다. 늘 작은 것에 감사하라! 마음도 감정도 습관의 영향을 받아서,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연습이 잘 된 사람은 나이가 먹어도 작은 것에 쉽게 감사할 수 있다.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연습을 게을리했다. 그래서 나이를 먹은 지금 쉽게 기뻐하지 못한다. 경험자로서 말한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미리미리 스스로의 마음 연습을 해두는 것이다. 하루가 쌓여서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쌓여서 한 달이 되는 것처럼 지금부터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연습해 두시길!


뭐든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익히는 것이 좋다. 나는 뒤늦게 마음 연습 중인데 아주 죽을 맛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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