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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mouth May 16. 2021

첫 해외출장을 아프리카로 가다(1)

살면서 특별했던 첫 경험, 그 순간의 감정

드디어 미루고 미뤘던 해외출장을 가야 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벌써 이전부터 독일이나 스페인 출장을 가야 했지만 집에 있는 아이와 아내 핑계를 대면서 가지 않겠다고 거부했었는데, 이제는 내 대신 가줄 수 있는 사람도 없어졌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고 말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회사 돈으로 해외도 나가보고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재택근무만 했던 나에게 이국땅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해야 하는 것도 불편했고, 어차피 일정 동안 여행이나 주변을 둘러볼 여유 따윈 없이 일만 하다 올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더더욱 가기 싫었다.(지금은 매주마다 전국 어딘가로 출장을 가야 하지만 그 시절에는 한 달에 한번 갈까 말까 한 정도였었다.)


우선 출장지는 말하지 않고 무조건 이번에는 가야 한다고 하는 게 수상쩍었는데 역시나 독일과 스페인을 건너뛰고 나니 한 번도 듣도보고 못한 아프리카의 '앙골라'라는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한 번은 해외출장을  가야 했다면 아프리카보다는 그전에 독일이나 스페인을 가는 게 좋았거라는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늦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전에도 출장을 계속 미루면서 언젠가는 해외출장을 가야 할 것 같다고 슬쩍 이야기는 해놓았는데 일본이나 중국도 아니고, 심지어 유럽도 멀다고 생각하고 미뤄왔는데 아프리카라는 소리를 아내에게 선뜻 이야기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말을 안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는데 역시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소식을 접하자마자 직감적으로 아내도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알고, 금세 울상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는 듯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별일 없이 잘 다녀오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나 보다. 물론 그때까지 일정이 한 달이나 걸린다는 걸 알진 못했다.


한 달의 여정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준비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황열 접종을 해야 했고, 한 달 동안 짐을 넣어놓을 캐리어도 새로 사야 했다. 준비하는 중간중간 앙골라 중심가에서 중국인이 정글 칼로 살해당하는 말과 모기가 너무 많으니까 미세 모기장을 무조건 가져와야 한다던지, 유가가 폭락해서 달러가 귀하니 입국 시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등등의 안 좋은 소식들만 미리 가있던 선발대에게 들을 수 있었다.

출장준비를 하는 중간에도 취소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더욱 가기가 싫어졌었다. 옷도 여러 벌을 사야 했다. 집에서 반팔 반바지만 입고 지냈는데 사람들이랑 섞여서 오랜 기간 일해야 하니 대충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심지어 출발할 때는 한국은 겨울이었기 때문에 계절에 맞지 않는 반팔을 구매해야 했다.


다음은 비행기 예약과 일정 체크를 해야 했다.

급하게 떠나야 하는 일정 때문에 두 번의 경유를 통해 앙골라로 갈 수 있었다.

비행시간만 편도로 17시간이 걸렸고, 대기시간을 합치면 하루가 꼬박 걸렸다.

'인천→홍콩→두바이→르완다'의 비행 일정이었다.

인천에서 홍콩까지 4시간이고, 공항 내에서 바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그리고 쉴 틈 없이 홍콩에서 두바이까지 9시간을 날아가서 공항 내에서 5시간을 대기해야만 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두바이에서 또다시 루완다까지 7시간을 날아가야 하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해외여행도 자주 가지 못했는데 비행기를 오랜 시간 타는 건 처음이라서 너무 힘들었다. ㅠㅠ

입국심사도 너무 오래 걸렸다.

앙골라는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아서 포르투갈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입국심사를 프리패스할 수 있었고, 그 외에 앙골라 현지인을 제외한 사람들은 한 개의 게이트에서 심사를 했기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서야 앙골라에 발을 붙일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외국인을 노린 세관들의 단속이 있었는데 공항 내에서 외국인들에게 가방을 열어보라고 해서 물건을 훔쳐가기 일수였기 때문에 검문을 2번이나 받고서야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가방 열어보라고 하면 바로 달러를 주면 해결되긴 했다;;)

내리자마자 아프리카 더위를 느낄 수 있었다. 입국할 때도 힘들었는데 출국할 때는 더 힘들었던 루완다 공항 ㅠ


그렇게 앞으로는 다시 오지 못할 아프리카 땅에 발을 내디뎠다.

홍콩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생겼던 일, 두바이 공항에서 5시간 동안 방황하다가 고등학교 때 동창을 만났던 일 등 앙골라에 오기 전에도 많은 일이 있었는데 천천히 기록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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