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망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 보니 오히려 잘된 것이었던 일
어김없이 매주 월요일 주간회의가 진행된다. 늘 별다른 이슈 없이 현황보고만 하고 끝나던 지루한 회의시간에 뜬금없이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공지를 듣게 된다. 신규사업에 생소한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프로젝트명을 발표하는 순간 직원들 모두가 침묵을 한다. 누가 참여하고 싶냐는 대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떨궜다. 누가 PM를 맡고 싶냐는 말에 직원들의 눈빛은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살다 보니 어느 순간엔 나서면 안 되는 순간이라고 판단이 서지만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의 눈치에 등 떠밀려서 하게 되거나, "커피 한잔 하시죠"라고 말하면 암묵적으로 먹자고 한 사람이 계산을 해야 하는 경우라던지, 점심식사 자리에서 막내는 왠지 시키지 않아도 테이블 세팅과 물을 따라야 하는 경우처럼 나이, 사회적 위치, 상하관계에 따라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보다 생각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가끔 식사자리에서 오늘은 내가 살게라고 말을 잘못했다가, 음식점에 들어간 순간부터 주문할 때에 값비싼 메뉴를 시킬 때면 속으로 '큰일 났다. 큰돈 나가겠는데, 간단한 걸 먹자고 할걸 괜히 비싼 집에 들어왔나 보다ㅠ'라고 후회를 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지갑은 텅텅 비겠지만 한턱 쏘고 나서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 "잘 먹었어"라는 말 한마디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 란 마음가짐으로 다음 월급날을 기다리면 되는 일이라 어쩌면 좋은 일한 셈 치면 별거 아닌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책임을 지고 결과를 내야 하는 일에서는 중간에 "못하겠어요"라고 물릴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아마도 이번 신사업 관련된 일도 물릴 수 없는 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손을 들고 며칠이 지나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고 꺼내보면 생각보다 큰 일인 경우가 많다.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말하면 사람들한테 비난은 받겠지만 몸과 정신은 편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체면 구길 생각을 하면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한다. 주제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받을 것만 같고, 내 능력이 그 정도도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자존감에 상처가 된다. 그래서 후회가 되지만 꾸역꾸역 어떡하든 일을 끝내면 체면치레는 할 것 같아서 밤을 새워서 일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스스로 노력을 통해서 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의지가 없다면 배수의 진을 치고 강제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물론 좋은 방법인지 나쁜 방법인지 묻는다면 사람마다 다르다고 이야기하겠지만 내 경우에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이야기할 것 같다.
시작할 때는 분명 내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되고, 망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꾸역꾸역 일을 마치고 나면 오히려 나에겐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번에도 손을 든 순간 '망했다.'라고 생각했지만 분명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면 오히려 내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강제적인 레벨업을 위해 밤을 셀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