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부의 시간에 병히의 얼굴만 보고 있어도 좋은데 진저리를 치는 남편 때문에 번번이 티브이 앞이다. 지난 시즌을 재밌게 봐서 피지컬 100을 열혈 시청 중인데 화면 속 조각 같은 몸매의 남자들을 보다 고개를 돌리면 배 부푼 복어 한 마리가 입을 뻐끔이고 있으니 현타가 오나 안 오나. 뭐 병히도 다르지 않을 테지만.
특히 어제는 유독 병히가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진짜 쩐다. 개 멋있다!"
감탄을 하는데 그 모습이 짠해 보여,
"나는 저런 몸 가진 남자 백을 줘도 너랑 안 바꿔. 내 기준 몸짱은 프로틴 가루 날리는 쟤들 아니고 너야."
"....... 비참하니까 그만해."
"진짜야! 저런 몸은 인위적인 거잖아. 너는 내추럴 그 자체고."
병히는 나를 좀 쳐다보더니 잠이나 자라며 티브이를 꺼버렸다. 왜 내 진심을 몰라주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는 좁지만 든든한 어깨. 인생의 덕과 여유가 빚은 두툼한 뱃살. 졸랑졸랑 하루 종일 열심히 뛰어다니는 짧은 두 다리. 원근법을 거스르는 거대한 머리통. 나는 너무 좋은데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가 야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