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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속 Apr 29. 2024

돌고래 엄마

  나는 머리가 나쁘다. 이는 어릴 때 엄마에게 지겹게 들어온 이야기로 일곱 살 때 유치원에서 아이큐 검사를 했는데 지능지수가 두 자릿수로 돌고래보다 조금 높았다나? 말도 못 하고 글도 못쓰는 돌고래 지능이라니....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듣고 살다 보니 스스로도 머리 나쁨을 인정하는 게 크게 어렵진 않았다.

  멘사네 아이큐가 150이 넘네. 지능 높은 사람이 넘쳐나는 시대에 돌고래 지능으로 산다는 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단어를 정확하게 기억 못 해 비슷하나 전혀 다른 엉뚱한 어휘를 말한다거나 가족제외 외우는 전화번호도 하나 없고 머리를 조금만 써도 지진이 나는 스스로에게 환멸난지 오래였다.

  특히 아이를 키우며 죄책감을 떨쳐낼 수 없었는데  나는 머리도 나쁜데 굳이 내 유전자를 세상에 남겨 그 아이가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끔찍했다. 그래서 유독 수학을 어려워하는 딸을 볼 때면 속이 상했다. 꿈이 수의사라는데 수학을 못하는데 수의대를 어떻게 가겠나. 나의 진로는 타협하며 살았는데 딸의 진로는 타협하고 싶지 않은 걸 보면 아직 욕심을 거두지 못했나 보다.

  아침에 유치원 셔틀을 타는데 사랑이 많은 의사 사모님도 같이 아이를 태운다. 나는 두 딸에게 빨리빨리 걸으라고 윽박지르며 내려오는데 그 사모님은 딸아이와 영어로 스몰토크를 나누며 사랑의 기운을 마구마구 뿜으며 우아하게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미 지능은 결정됐고 돌이킬 수 없으니 돌고래 엄마의 사랑이라도 흠뻑 줘야겠다.


 "딸들아. 그래도 흰 피부에 자연산 쌍꺼풀, 오뚝한 콧날을 줬으니 엄마를 원망하면 안 돼......"


다음 생엔 높은 지능으로 살아보고 싶다. 돌고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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