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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속 Mar 29. 2024

내가 비호감?!

아줌마가 더 비호감입니다

  결혼 후 타지에 살며 사람을 사귀려 노력했다. 인간 혐오증에 걸렸어도 인간에 대한 실오라기 같은 기대를 품었다. 요가학원을 삼 년 넘게 다니며 쌓은 인맥은 내가 학원을 관두자 싹둑 끊어졌다. 수박 겉핥기식의 얕은 관계라 그랬으리라.

  특히 수강생 중 한 살 차이의 언니와 친해지고 싶어 그 언니가 신축아파트로 이사 갔을 때 먼저 아는 척을 했는데,

"거기 주상복합이잖아요. 안 그래도 내부가 되게 궁금했는데 이사 축하해요 언니."

그녀는 내 눈도 안 쳐다보며,

"1층에 구경하는 집 있어. 거기 가봐."

"......"

선 긋는 냉랭함에 머쓱했고 이윽고 아차 싶었다. 내 인사말이 마치 언니네 집에 가고 싶다는 의미로 들렸구나. 그래도 그렇지 이 반응은 뭐지. 기분이 상했다. 간이며 쓸개까지 다 빼줄 듯 지속씨를 챙기던 요가 원장님도 날 차단했는지 오랜만에 전한 안부톡의 1은 사라지지 않았다.

  두 딸의 어린이집 엄마들과는 보면 인사를 나눌 뿐 연락처도 몰랐다. 주변에서 듣기론 먼저 번호도 묻고 같이 티타임도 갖는다는데 나는 전혀 없었다. 나 역시도 그들이 아쉽지 않아 먼저 연락처를 묻지도 다가가지도 않았다.

  원이가 영유를 다니면서는 아파트 길 건너에서 셔틀을 탔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모든 동이 30평대였고 길 건너 아파트는 50평대 이상으로 우리 아파트에서 영유셔틀을 타는 건 원이가 유일했다. 대부분 대형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었는데 한 여자가 내 심기에 거슬렸다. 그녀는 딸 쌍둥이 엄마로 두 딸에게 몽클레르 패딩이나 버버리 같은 명품을 똑같이 입혔으며 자신도 고가의 명품을 두른 채 등원길에 나서곤 했다. 나는 젝시믹스에서 할인으로 산 8만 원짜리 패딩에 이만 원짜리 스판청바지, 캔버스화를 자주 입고 신었는데, 그때마다 날 위아래로 스캔하는 아줌마의 눈빛이 정말 재수 없었다.

  거기까지만 했다면 참을 수 있었는데 내가 아침에 인사를 하면 못 들은 척 씹었다. 이건 선 넘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똑같이 인사를 안 하자니 나까지 저급해지고 그래 너는 씹어라 나는 예의를 차리련다. 꿋꿋이 먼저 인사를 했다. 내 행색이 내가 사는 곳이 자신보다 못하다 여겨 무시하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병히에게 우리도 길 건너 대형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니 거긴 학군이 안 좋고 아파트도 오래됐다며 반대했다. 원이가 초등입학 전에 어차피 이사를 해야 하니 참으란 말도 덧붙이며.

  이 동네가, 애 엄마들이 지긋지긋했다. 그 쌍둥이는 원이보다 두 살이 많았기에 지금은 보지 않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화가 난다. 후에 그 집 애들 사립초를 썼는데 떨어졌단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이나 꼬수웠다.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대형아파트에 살면 뭐 하나. 내세울게 그거뿐이라 자기보다 못해 보이면 무시하는 인성인 걸. 후에 백화점 VIP라운지에서 그 아줌마를 우연히 봤는데 네가 여기 왜 있어하는 눈빛으로 내게 어색하게 인사를 했더랬다.

 그냥 스스로 비호감인 걸 인정하고 내 쪼대로 살아야겠다. 아직은 만나지 못한 소울메이트를 사귈 수 있을 거란 작은 희망 하나 가슴에 고이 품은 채로.

해질녁 봄날의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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