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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Feb 10. 2024

[단편] 영화 '굿' (2022)

실리카겔 때문에 여기까지 오다 (독립영화/단편영화/한국영화)

최근 인디그라운드 온라인 상영관에서 수십 편의 단편영화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어 하나씩 챙겨보고 있다. 대부분이 독립/단편 영화라 정보를 아는 배우나 감독이 많지 않다. 그래서 시놉시스만 보고 끌리는 작품들을 고르고 있는데, 골 때리는 발상의 작품이 있어 바로 감상해 봤다. 


70년대 해외 락밴드에 빠져사는 중학생 보나는 
자기 말을 안 들어주는 무당 할머니에게 복수를 
하려다 락밴드의 귀신을 부르고 만다.


상상만 해도 웃기지 않는가? 손녀딸이 무당 할머니에게 복수를 한답시고 덕질 중인 록밴드의 혼령을 불러낸다니. 발칙한 상상이긴 하지만, 내가 만일 그 나이 때에 고인이 된 뮤지션을 좋아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가족 중에 무속인이 있었다면 충분히 그런 짓을 벌였을 수도 있겠다 싶어 공감이 갔다. 굿으로 저승 락페를 열어준다고? 나라도 절대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소재는 기발했지만 연출과 배우의 연기가 아이디어를 따라주지 못했다. 귀신으로 등장한 외국 록밴드 멤버들은 영어를 쓰고, 주인공인 '보나'는 한국어를 쓰는데 언어의 차이로 인한 캐릭터들 간의 불통이 관객과 작품 간의 커뮤니케이션마저 방해한다. 연출과 연기가 재기발랄한 소재의 힘을 모두 앗아갔다. 비슷한 소재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상은 좋았는데... 단편 영화라는 한계 때문인지 많은 요소가 따라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시놉시스에 끌려 이 영화를 봤다고 언급했지만, 절반은 거짓말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밴드 '실리카겔'의 보컬 '김한주'가 이 작품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극중 주인공이 좋아하는 록밴드 '헤드라이너'의 공연 장면이 두 신 정도 나오는데,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음악이 너무 좋다. 극에서는 외국인 여성 보컬이 가창을 맡았지만, '실리카겔'의 음악 색깔이 마치 지문처럼 묻어있다. 아마 밴드의 팬이라면 음악 감독 정보를 모르고 영화를 접했더라도 음악 감독의 정체가 누구일지 짐작해보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중간에 등장하는 밴드의 공연 장면만큼은 연출을 잘했다. 음악도 좋지만, 빈티지한 화면과 옛날 TV 프레임, 자유로움을 형상화한 듯한 밴드 멤버들의 모습은 70년대 록밴드의 모습을 빼다박았다. 배우의 정보는 알 수 없지만, 나른하고 몽환적인 여성 보컬의 음색도 꽤나 좋다. 

결국 '실리카겔'을 좋아하다 보니 여기까지 와 버렸다. 추천할 만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음악이 나오는 장면만큼은 찾아볼 가치가 있다. (영화는 14일까지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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