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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폭의 영화처럼 Feb 12. 2021

사랑을 빚다 알게 되는 것

아사코 

사랑엔 모양이 없다. 정답도 없다. 

내가 직접 두 손으로 빚어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서툴지만 온전한 정성으로 

쌓아가고 덜어내고 덧대야 한다. 


그렇기에 이전에 너와 나눈 사랑의 모양을 완전히 부술 수 없다. 

이것 저것 새로 붙여도 보고, 모난 부분은 떼어내고

이듬엔 더욱 후회가 없었으면, 가득 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조물 조물 간절히 빚어낼 뿐이다. 


어쩌다 구석 모퉁이에 남아 있는 너의 모양을 손으로 짚는 날엔

그 흔적이 마냥 싫지만은 않으니. 

새로운 모양의 사랑을 만들었다 해도 

온전히 널 지워낸 건 아니다. 


오늘은 우연히 손톱 밑을 들여봤다. 

지독한 덩어리가 질척이고 있다. 

설렘, 추억, 오해, 여운, 애증, 갈망, 아픔 

뜨거운 사랑, 따뜻한 사랑 

내가 사랑하는 사랑, 네가 사랑하는 사랑 


전부 사랑이다. 

 

사랑엔 정답이 없다는 진부한 말이 이제서야 옳다. 

촘촘히 엉겨 붙은 때를 두 눈으로 알아채서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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