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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셔의 손 Oct 29. 2021

새벽부터 밤까지의 사랑을 노래하는 아이돌

뉴이스트 CANVAS


평범한 하루를 사랑으로 색칠하는 뉴이스트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 'CANVAS'. 앨범에 수록된 다섯 곡은 각각 새벽, 아침, 오후, 저녁, 밤의 각기 다른 시간 속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시간 순으로 배치된 트랙리스트가 연결되어 하나의 사랑을 완성해내는 스토리텔링에 씹덕사해버렸고; 약 5년째 이 앨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결과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가사 위주의 개인적인 해석을 담고 있으니 참고하길.



1. Daybreak (Minhyun&JR)


그리고 그리다 번진 물감 위에
우리가 흘러내려요

첫 번째 트랙은 'Daybreak', 즉 '새벽'으로, 달이 지고 해가 떠오르는 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자는 새벽 달빛을 바라보며 캔버스 위에 "우리"를 그린다. 하지만 달빛은 아침이 오면 사라지기 마련. 결국 "꿈처럼 사라"지는 달빛처럼, 캔버스 위의 우리도 완성되지 못한 채 흘러내리기만 한다. 그래도 화자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 믿으며 계속해서 "우리"를 그려나간다. 민현의 단단하면서도 맑은 미성과 JR의 서정적인 랩이 몽환적인 반주와 합쳐지며 슬픈 희망이라는 아이러니한 감정을 그려낸다.



2. R.L.T.L (Real Love True Love) (one morning)


선명해져 My Dream
널 그릴수록 우리의 우리는 완성돼

두 번째 트랙 'R.L.T.L'은 잔잔한 피아노 전주와 함께 흘러나오는 새소리로 '아침'이라는 새로운 시간의 문을 연다. 어둠 속에 잠겨있던 사물들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이 시간, 화자는 "I'll find my love"라고 노래하며 사랑을 찾겠다고 다짐한다. 화자는 새벽에 이어 여전히 "우리를 스케치" 하는데, 번지고 흘러내리기만 하던 새벽과는 달리 이제 그림 속 "우리"의 모습은 점점 선명해져 간다. 뚜렷해지는 "우리"를 발견해 설레는 화자의 감정을 대변하듯 트랙은 점점 고조되고, 하이라이트에서는 "Real love, True love"를 갈구하는 화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아침처럼 투명한 사랑의 시작점을 담은 이 곡에서는 특유의 깨끗하고 여린 목소리를 가진 렌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만약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다면, 이슬이 맺힌 숲속을 조심스럽게 헤매던 두 사람이 투명한 유리 벽 건너편에 있는 서로를 발견하고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을 것 같다. (둘은 하얀 의상을 입고 있어야 하고 맨발이어야 하며,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어야 함.)



3. Love Paint (every afternoon)


Ah 슬프도록 빛이 나는 You
수억 개의 색을 가진 Prism


'CANVAS'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하루 중 햇살이 가장 뜨거운 오후를 그려낸 'Love Paint'. 이 곡은 오후의 햇살만큼이나 강렬한 퓨처베이스와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새롭게 시작된 사랑의 긴장과 설렘을 그려나간다. 화자는 사랑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으로 캔버스를 채워나가지만, 동시에 “우리”의 그림이 미완성으로 남게될 것을 알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곡 속에서는 사랑이 가진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사랑으로부터 느끼게 되는 연약함과 무력감 또한 느낄 수 있게 된다. 흑백이던 화자의 삶을 "수억 개의 색"으로 칠하는 사랑에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그 사랑이 영원할 수 없음을 알기에 "슬프도록" 빛이 난다고 표현하는 가사에서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타이틀곡인 만큼 'CANVAS' 앨범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트랙이기도 하다. "내 사랑에 색을 입혀 Painting", "무지개 타고 내려온 너", "꽃이 피는 동쪽에서 조화로운 color" 등 다채로운 색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들은 마치 어지러운 사랑으로 칠해진 캔버스 속에 갇혀버린 듯한, 몽환적인 기분을 느끼게 한다.



4. Thank You (evening by evening)


항상 곁에 있어줘서
난 늘 고마웠어

노을빛이 거리를 비추는 저녁, 뉴이스트는 CANVAS 앨범의 네 번째 수록곡 'Thank You'를 노래한다. 이전 곡들에서는 설레임과 두려움 등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에서 비롯된 감정들이 지배적이었다면, 'Thank You'에서는 오랫동안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의 감정을 전달한다.


뜨거웠던 태양이 지듯 사랑의 온도도 조금은 내려간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하늘에 펼쳐진 저녁노을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이 변치 않길, "잡은 두 손"을 놓지 않길 바라보는 뉴이스트만의 저녁이 'Thank You' 에 담겨있다.



5. Look (a starlight night)


이어져 있음을 믿어
우린 언제든 어디라도


빛나던 태양은 사라지고 밤이 찾아오며 'CANVAS' 앨범은 마지막 트랙인 'Look'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화자는 계속해서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닌, 다른 차원, 시간, 공간 속에 있는 이에게 말을 건넨다. "다른 차원에 있어도 신호를 보낼게", "기억에서 슬픔을 가로질러 언젠간 널 안고 싶어," 라니. 한낮의 사랑은 밤과 함께 기억 속으로, 꿈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일까. 결국 "우리"는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고, 각자의 차원으로 돌아가게 된 듯 하다.


하지만 'Daybreak' 에서와 마찬가지로, 화자는 여전히 "우리"가 이어져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곳에 있어도 같은 "Signal"에서 뛰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어두운 밤 속에서도 널 비추고 지켜줄 것이라고 약속한다.



“우리”가 헤어진 채 이야기가 끝났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밤이 지나 새벽이 오면 꿈속을 헤메던 "우리"는 다시 서로를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화자는 꿈에서 깨어나서 “우리”를 또 다시 캔버스에 그려내고,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CANVAS 앨범 속, 수많은 색들로 칠해지며 무한히 반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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