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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우먼 May 27. 2022

7. 두 번째 검사

3년 만에 중간 점검




입학


 H가 드디어 입학 통지서를 받고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코로나 시국이라 입학식도 없어 학교 입구에서 아이를 들여보냈다.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건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순간 눈물이 왈칵했다. 뱃속에서 태어나서 처음 본 H의 얼굴.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표정. 에너지 넘쳤던 움직임. 동생이 태어나 스스로 커준 대견함. 모든 것이 떠오르면서 혼자 낯선 건물에 들어가는 뒷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 것 같았다.

'얼마나 낯설고 어색할까'


 나의 걱정은 잠시, 입학식만 하고 마치기에 바로 데리러 갔고, 후문 앞에서 기다리는데 밝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는 아이의 표정은 나를 미소 짓게 했다. 다행인 것은 이전에 같은 어린이집에 다녔던 친구들이 같은 반에 많이 배정되어 있어서 그렇게 낯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3월 학교생활이 시작이 되었고, H는 몇 주 만에 새로운 환경을 금방 적응한 듯 보였다. 낯선 건물에 방과 후 교실을 찾으며 헤매다 울었다는 아이도, 방과 후 시간을 잘 몰라 우왕좌왕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H는 미로 찾기를 했다며 매우 즐거워했고 다양한 방과 후 수업도 마음에 들어 했다. 정말 긍정적인 아이였다.


 혹시나 위험할까 봐 등하교도 동행했는데 혼자 갈 수 있다며 자꾸 독립하려고 했다. 그래서 등교는 친구와 같이 시켰고 하교는 내가 데리러 가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있으면 같이 오겠다 하여 곧 독립을 시켰다. 자기 주도성이 강한 아이였다.





뜻하지 않는 지적


 그렇게 학교생활도, 친구들과의 생활도 즐겁게 하고 있던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전화를 받게 되었다. 7살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같은 반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들과도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듣게 되는 말은 "H가 그렇게 똑똑하다면서요. 친구들이 H는 모르는 게 없대요. 운동도 잘한다면서요..." 하는 칭찬 같은 질투들을 듣게 되었다. H는 친구들과 놀 때도 재미있게 놀고 , 또 재미있는 놀이를 제안하고 이끄는 편이라 친구들이 자주 찾기도 했다. 나는 아이들끼리 노는 상황에서는 웬만하면 터치하지 않았고 큰일이 아니면 아이들끼리 잘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주의였는데 다른 엄마들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놀이를 주도하는 H를 따라 하는 다른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나 보다.


  그렇게 등하교를 같이 해주는 엄마들은 같이 등하교하는 H의 말, 행동 하나하나를 타깃을 삼았고 조금만 안 좋게 보면 계속 안 좋은 것만 보이게 되니 조금씩 쌓아두었던 것을 나에게 전화로 쏟아부었다.


  이때까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선생님과 상담할 때에도 전혀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과장하고 지어서 몰아붙이니 나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특히 그 친구는 반에서 수업시간에 수업을 방해한다고 매일 선생님께 지적을 받는 아이였고 장난도 심하게 쳐서 다른 친구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다. 어린이집 다닐 때 H가 그 아이에 대해서 안 좋은 말을 해와도

 " 그 친구는 그게 관심을 표현하는 거야, 네가 조금만 이해해줘"라고 이야기하며 이해시키려 했는데, 반대로 이런 전화를 받으니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친하지는 않았어도 엄마들과 조금은 친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사소한 부분을 지적하니 약간 실망도 들었고,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싶었다.


 하지만 이일로 인해 H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H가 어른들과 대화가 잘 통하고, 아는 것도 많아 8살, 만 6세 같지 않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지적 수준이 높다고 해서 인성 부분까지 높은 건 아닌데, 가끔 나도 H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기대에 못 미치면 왜 모르냐며 실망을 한 적도 있다. 아마 다른 엄마들도 그런 걸 기대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고 질문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물어볼 곳이 없었다. 미로를 찾는 방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지능검사를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상담을 해보며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우리 아이만 겪는 이야기인 건지, 정말로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는 건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했다.




두 번째 웩슬러 검사


 검사하는 기관을 알아본 후 KAGE 학술원에 예약을 했다. 검사일이 되어 아이와 함께 기관에 도착을 했다. 원래 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더 검사를 해보고 싶었는데 잘 된 일이었다. 이참에 상담도 해보고 아이의 지능이 저번과 비슷한지, 아니면 내가 잘 이끌어 주지 못해서 떨어진 건 아닌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아이는 검사를 진행하는 선생님이 계시는 검사실로 들어갔고 나는 부모가 체크해야 하는 사항들을 체크했다. 대부분 아이의 수준에 관한 내용이었다. 검사 예상시간보다 살짝 시간이 지나고 아이는 밖으로 나왔다. 아이가 꼼꼼해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고 하셨다. 결과 상담 날짜를 잡고 집으로 돌아갔고, 아이는 조금 긴장을 했었는데 풀린 얼굴이었다. 5살 때와는 다르게 이 검사는 어떤 검사인지, 왜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니 살짝 부담을 가지는 것 같았다.


 결과 상담일이 되어 검사실로 갔다. 검사를 옆에서 진행하셨던 선생님께서 결과지에 대한 항목과 결과를 짧게 상담해 주셨는데 용어들이 조금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객관적인 수치들은 3년 전 검사 결과 수치와 비슷했다. 일단 안도를 하고 원장님과의 상담을 이어갔다.

 

 나는 제일 궁금한 점, 최근에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며 내가 갖고 있는 고민을 꺼내놓았다. 이런 아이들의 행동 수준은 어떠한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원장 선생님께서도 이런 아이들 대부분이 행동 수준이 지능처럼 높지는 않고, 많은 엄마들이 이런 점을 걱정한다고 하시는데 우선 마음이 놓였다. H는 결과지를 봐도 그런 게 크게 문제 되지 않아 보인다며 행동 수준이 또래 평균이라고 하셨다.

 

 검사 결과 내용은 전반적으로 지난번과 비슷했고, 처리 속도에서 조금 낮은 경향이 보였다. 어떤 일이든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고 완성을 못하는 고민이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결과가 높은 부분은 역시 시지각 능력과 청각 능력이었다. 어릴 때부터 한번 본 자동차 모양을 잘 기억하고 소리에 예민하며 공간적인 능력이 있었던 이유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분야에 대해서 깊게 파고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며 Kage 학술원 수업을 권하셨다. 1년에 분기별로 들어갈 수 있고 과목과 비용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지금은 아직 자리가 없고 다음 분기 때 들어갈 수 있다고도 하셨다.



바라보고 사랑하자!


  상담을 마치고 역시나 안도감과 걱정이 들었다. 우선 나로 인해 아이의 지능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공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동안 내가 신경을 쓰며 노력했던 것이 많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걱정이 되는 부분은 늘 그렇듯, 앞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학술원 수업도 추천을 받았지만 검사하는 동안 기관에 있으면서 수업을 의도치 않게 들을 수? 있었는데 분위기가 뭔가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는 아니었다. 후기를 좀 알고 싶어서 수소문해서 나중에 후기를 물어볼 수 있었는데 한 번쯤 해볼 만한 수업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걸 떠나서 학교를 마치고 이동하는 시간들과 둘째의 케어, 무엇보다 비용 등..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또 걱정이 앞서는 성격 탓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이럴 때마다 조용히 마음속으로 정리한다. 아이를 바라보고 사랑하자! 그러면 마음이 늘 편안해지고 명확해진다. 엄마는 역시 아이를 사랑할 때 가장 빛이 나는 것 같다.  Love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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