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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우먼 Sep 20. 2022

8. 영재라 위험하다?

지능과 감성이 남다른 아이 1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아이

 

 H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두 번째 지능검사를 받은 뒤 다행히도 학교에 잘 적응해 갔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좋아하는 축구도 같이 하며 잘 놀았다. 1학년 때는 엄마인 내가 아이와 친구의 관계에 대해 좀 신경을 썼던 반면에, 2학년이 되고서 지금까지 아이를 관찰한 결과 친구관계에서 딱히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 것 같았다.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친구들과 운동하며 놀다가 혼자서도 놀다가, 그러다 또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 반갑게 잘 어울려서 놀았다. 선생님과의 상담에서도 크게 지적할 만한 사항도 없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칭찬을 해주신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가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만한 행동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크게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H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있었고, 충분히 이 아이의 수준으로 해결될 법도 한데 단순히 어리니까라고 넘어가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다 '영리한 아이가 위험하다. -에일린 케네디 무어, 마크 S 뢰벤탈 저-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영재 아이를 대상으로 한 책은 아니지만 영리한 아이들의 약간은 위험한 특징과 그것들을 사춘기가 지나기 전에 잘 도와줄 수 있는 방법들이 설명된 책이었다. 대체로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굉장히 예민하고, 경쟁에서 지고 싶지 않은 아이들이며 이런 아이들을 육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이 꽤나 자세히 나와있었다.


 실제도 H를 키우다 보니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수학 문제를 푸는데 열심히 풀었지만 틀리게 되면 틀렸다는 부분에서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해하며 울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또래에 맞지 않게 뛰어난 지능적인 모습들로 인해 엄마인 내가 놀라면서 칭찬을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험이 많았던 아이가 문제를 틀리거나 남들보다 잘 못하는 부분- 예를 들면 사람 그리기, 피아노 치기 등- 을 발견하면 굉장히 자신 없어하고 그 부분을 배우려 하지도 않는 회피의 모습이 보였다. 보드게임을 하다가도 자신이 이겨야 한다는 모습들이 약간의 집착처럼 보일 때도 있었고, 이러한 것들이 사회적인 보통의 수준으로 수용할 수 있는가를 엄마인 내가 판단하기에는 객관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러다 '영재의 심리학. - 잔 시오파생 지음-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부제는 '지능과 감성이 남달라서 고통받는 아이'이다. 사실 영재라고 하면 누구나 좋은 점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영재아이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징들 중 아이들이 갖고 있는 특이한 점, 다루기 어려운 점 등이 중심으로 나온 책이었다. 



영재의 심리학- 인성과 사고방식


 먼저 영재란, 지능이 높은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다른 지적 작동은 물론 특이한 인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이상한 얼룩말'이라고 애칭으로 부르는데 그만큼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정서적 특징은 아주 과도한 감동성(감정의 자극에 반응하기 쉬운 성질)을 지닌 아이이며,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전략과 방어기제를 발동시킨다고 한다. 이렇게 감정적 작동이 매우 격렬한 아이들, 날카로운 감각들과 극도로 예민한 아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느끼기도 하고 불안도 잘 느낀다. 


 또한 영재 아이들의 사고방식에도 특이성이 존재한다. 우리가 속한 문화, 사회, 가족 집단에서 주어진 상황을 대체적으로 똑같이 이해하는 '공통된 코드'가 존재하는데 영재 아이들은 이 공통된 암시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조금 어려운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틀 안에서 존재하는 암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거나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게 된다. 이때 교사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버릇이 없고 일부러 화나게 할 목적으로 행동한다고도 생각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이유는 단순하게 영재 아이는 틀 안에서의 코드가 아닌 자신의 코드로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말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경향,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욕구, 일상적인 논리수학적 추론, 생각의 다중 연결망 사고 등 사고의 인지 구조가 평범하지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H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날카로운 감각들로 인해 매우 예민한데 시각, 청각 부분에서는 학습의 좋은 면을 많이 가져다주었지만 예민한 미각, 촉각으로 인해 식사를 할 때 새로운 맛과 식재료를 접하게 하는 부분에서 굉장한 어려움을 느꼈다. 어디서든 반찬 투정 없이 맛있게 먹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아직도 고민거리이다. 또 촉감이 예민해서 나는 느낄 수 없는 옷감의 특이한 감촉을 느껴 옷을 입히기도 매우 까다롭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그렇게 예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동생이 감정적으로 매우 예민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못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니 가끔 확인할 수 있었던 불안의 순간들, 놀이할 때 흥분하는 포인트, 엄마인 나의 마음을 예민하게 알아차렸던 순간들이 문득 떠올랐다. 또한 '공통된 코드'에서 통념상 알 수 있을 법한 규칙이나 현상에서 가끔 이상한? 행동을 했던 것도 이 아이가 갖는 특이성 때문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동안 이제는 마냥 어린아이가 아니기에 조금씩 판단할 수 있었던 아이의 특이성들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지적인 부분에 대한 교육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인성, 감성적인 부분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이 책이 굉장히 두툼한 책이라 다음 편에서 이런 아이들의 학교 생활과 일상들에 대해서 더 정리를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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