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눌림 극복기: 경험담 공유]

by 소풍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이다. 독서실에서 밤새 도록 열심히 (?) 공부하다가 엎드려서 언뜻 선잠이 들었다.

당시에는 독서실도 24시간 운영이 되던 시절이다.

내 꿈속 배경은 독서실 빽빽한 책상들 사이였다.

내가 바닥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는데, (꿈속인지 생시인지, 난 눈을 뜨고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었다. - 현실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자세)

꿈속의 어떤 남자 얼굴이 내 얼굴 가까이 확 들이대면서 "야~!!!" 라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 놀랐는데

순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가까스로 눈을 떠 보니 책상에 앉아 있는 자세였다.

평생 처음 가위 눌렸봤다.


난 궁금했다.

그 남자는 누굴까?

왜 나한테 소리를 질렀을까?

난 왜 몸을 움직일 수 없었을까?

난 눈을 감고 자는 중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생생하게 눈을 뜨고 있는 상황이라 착각이 들었을까?


등등


그리고 이십여년 동안 가위없이 평화로운 밤을 보냈다.

가위를 잊고 살던 나였는데 어젯밤 두 번째 가위에 눌렸다.

이번에도 그 남자 였다. (그 얼굴이었다.)

이번엔 내가 꿈속에서 그 남자를 먼저 발견하고 계단 및 틈새로 숨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과도 크기의 칼을 내게 들이 밀면서 날 죽이겠다고 했다.

온 몸에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다.

그 남자의 칼을 손으로 잡아 꺾었다. 꺾으면서도 나도 나 스스로의 힘에 놀랐고, 내가 대견했다.

그 남자는 이십여년 동안 노화 됐는지 자세히 보니 비쩍 말라 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용기 내어 그 놈에게 날 협박하지 말라고 오히려 겁을 주었다.

그러더니, 그 놈의 형체는 사라지고, 무슨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나오는 '볼드모트'가 해리'를 뚫고 지나가며 도망치듯 사라지는 장면처럼 어떤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뭐라고 겁을 주는 내용 이었다. (자세한 단어는 안들리고 웅웅 거리는 소리였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뻣뻣하게 굳었고, 몸이 덜덜 떨렸다.

꿈속 그 남자도 변했다. 그렇지만, 이십여년의 시간동안 나도 변했다.

나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져 있었고, 그 시절 어리고 겁많은 소녀가 아닌 내 운명의 주인이며, 내 영혼의 선장으로 성장했다. 그 무서운 와중에 내가 나를 팔로 X자 모양 (영화 블랙팬서에 나오는 와칸다의 슈리 공주가 만든 발명품 자동차 원격 조종할 때 할 때도 그 모양이 나온다.) 으로 다독이며 "괜찮아! 괜찮아!" 힘있게 차분히 말해주었다.


눈을 떠 보니 여전히 X자 모양 변신 자세로 나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가위눌림은 언젠가 또 다시 나를 찾아 올 수 있다.

가위... ㅋㅋㅋ 그 분이 다시 온다면, 아... 요즘 내가 불안하고 힘들구나...

무언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하고... 나를 돌아보고...

허브 티 + 테아닌 영양제 + 산책 + 명상 + 브런치에 글쓰기 + 사운드 빵빵한 공연 및 연주회 관람 하기 등등

나만의 방어막을 구축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