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좋은 정보를 발견해도,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만나도 그것을 내 공간으로 옮기는 과정은 늘 번거로웠다. 타이핑하고, 복사하고, 창을 옮기고, 붙여 넣고, 출처를 적는 일련의 과정들. 그 사소한 귀찮음이 쌓여 결국 기록은 멈추고 정보는 흩어졌다. 그래서 나는 이 과정을 자동화할 순 없을까 고민했고, 거창한 완제품 앱을 다운로드하는 대신, 내가 늘 사용하는 구글 시트와 Gemini API를 하나씩 이어 붙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단계는 온라인상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화면을 캡처해서 붙여 넣기만 하면 AI가 제품명, 가격, 특징을 알아서 분류해 시트에 넣어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컨트롤 V'라는 익숙한 동작 뒤에 '자동 추출'이라는 기능을 붙였을 뿐인데, 정보 수집의 무게가 몰라보게 가벼워졌다. 이 시스템을 만들면서 과정 하나만 생략되어도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번째 단계는 오프라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내 서재에 꽂힌 수많은 실물 책, 길을 걷다 마주치는 영수증이나 가게 간판들. 나의 시선이 머물렀던 이 오프라인의 정보를 디지털로 옮기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스템에 '카메라'를 붙여보았다. 모바일로 사진을 찍으면 Gemini 2.5 Flash 모델이 이미지 속 텍스트를 읽어내고, 내가 미리 설정한 양식에 맞춰 구글 시트에 차곡차곡 쌓는 방식이다. 이제 나는 책을 읽다 멈춰 타이핑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찍고, 다시 읽기에 집중하면 된다. 기록은 AI가 하고, 나는 맥락에만 집중하는 분업이 완성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데이터들을 모아 하나의 지식 창고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주위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제2의 뇌를 만드는 거 같다고 했다.
먼저 구상 중인 것은 ‘상호 참조’ 기능이다. 새로운 책 정보를 저장하는 순간, 이미 시트에 저장된 수백 개의 데이터 중 관련 있는 주제나 상반된 의견을 가진 과거의 기록을 AI가 스스로 찾아내어 연결해 주는 것이다. <창조적 시선>을 쓴 김정운 교수님의 말처럼 지식 카드들이 서로를 부르며 스스로 대화하게 만드는 과정, 그것이 내가 꿈꾸는 진정한 편집의 완성이다.
또한, 하나의 정보를 다양한 페르소나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기능도 생각해 봤다. 같은 정보를 ‘연구자’의 눈과 ‘실무자’의 눈으로 동시에 분석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AI가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 주면, 나의 주관에만 갇히지 않는 입체적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에 생각해 본 시스템이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 저녁, 그동안 쌓인 데이터들을 통째로 훑어 일주일간의 지식 지도를 리포트로 보내주는 기능도 추가해 보고 싶다. "이번 주 당신의 관심은 AI 윤리에 쏠려 있었네요. 하지만 이 부분은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조언해 주는 시스템. 이때부터 시스템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훌륭한 연구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 내용들은 내가 만들려고 하는 시스템의 일부분들일뿐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능을 계속 기획하고, 실행해 볼 예정이다.
사실 한 번에 나의 맞춤형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완벽한 시스템을 한 번에 만들려는 욕심은 버렸다. 그저 오늘 필요한 기능을 하나 만들고, 내일 또 하나를 붙여보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그럴싸한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