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9/3 일
8:30 니조시장
丼兵衛二条市場店 가이센동 먹기
14:00 -15:00 신치토세 도착
신치토세라면거리에서 콘버터라멘 다진육미소 군만두 가라아게 먹기
17:45-20:50
인천공항 도착
역시 일정은 일정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마지막 날이라 정말 피로가 극에 달했다. 나는 일찍 눈은 떴지만 일어나기 싫어서 계속 누워있었고 남편은 계속 코를 골며 잠에 빠져 있을 무렵 처음으로 아기가 먼저 일어났다. 8시가 좀 넘은 듯 했다. 조금 더 재워보려했지만 잠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남편을 깨우고 모두 일어나기로 했다. 며칠간 장거리를 걸었던 탓에 남편 무릎이 퉁퉁 부어있었다. 사람마다 여행의 성향은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좀 과하다 싶기는 하다. 금방 온천찜질을 하고 오라고 했고 나는 아이를 대충 씻기고 가방을 쌌다. 아침을 거르기로 했기 때문에 10시가 체크아웃이라 천천히 준비하면 얼추 시간이 맞을 것 같다.
술병 5개로 무거울대로 무거운 가방을 질질 끌고 삿포로 역으로 향했다. 삿포로 짐 맡기는 곳은 칸 크기마다 가격이 다른 듯 했는데 가장 큰 곳은 큰 캐리어 두개와 백팩을 넣기에 충분했고 가격은 종일 보관에 700엔이었다.
남편이 노래를 부르던 우동맛집을 찾아 오도리역으로 향했다. 다리가 아프다며 지하철 타기는 왜케 싫어하는지 20분여를 또 쉴새없이 걸어갔다. 삿포로역에서 오도리역은 거의 직진코스로 이어지니 지도를 볼 필요도 없다. 맑은 날의 삿포로 공원은 참 예뻤다. 몇년 전 5월에 왔을 때는 조금 황량한 느낌이 있었는데 축제도 지났고 여름이라 그런지 곳곳에 꽃을 심어 지난 기억보다 더 예쁘게 느껴졌다.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아기는 꽃들과 아기들을 보니 신이 났는지 공원으로 가자고 했다. 온 김에 홋카이도 옥수수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신나게 뛰어 놀았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까마귀들이 성큼성큼 곁으로 다가오는데 한국에선 보기 힘든 풍경에 신기했다.
조금 휴식을 취하고 해가 서서히 이동해서 그늘이 없어지기에 자리를 떠서 우동집으로 향했다. 우동집은 공원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으나… 문을 닫았다. 일요일은 휴무라니 구글 찾아보면서 휴무일자 체크하는 것을 자꾸 놓친다. 남편은 조금 짜증이 난 눈치고 아기도 조금 징징거리기 시작하기에 요구르트 하나 사주고 업어서 이동을 시작했다. 원래 돈키호테도 들를 계획이었으나 다들 짜증이 나있으니 쇼핑이고 뭐고 그냥 역으로 가자 싶었다. 가는 길에 혹시나 싶어 근처 식당을 찾았고 역근처 빌딩 지하1층에 우동집 하나를 발견했다. 만석이라 5분여를 기다려 입장했고 카레우동과 덴푸라셋트를 시켰다. 15자리 남짓한 좌석이 모두 다찌 좌석이라 그냥 아기를 업은채 밥을 먹었다. 아기는 밀가루 음식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홋카이도에서 계속 잠과 밥시간이 타이밍이 어긋나서 맛있는 걸 못 먹인탓에 마음이 많이 짠했는데 그나마 우동은 잘 먹는다. 먹는 중에 갑자기 어디서 담베냄새가 나서 듈러보니 구석에서 아줌마들이 식후땡 담베를 피고있더라. 지하의 좁은 식당에서 담베라니 역시 한국인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어쨌든 환기시설이 꽤나 잘 되어 있어 금새 연기는 빠졌다.
배불리 먹고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역으로 이동헤 바로 jr티켓을 사서 12:47차로 공항으로 향했다. 원래 공항에 도착해서 맛있는 것들을 좀 먹어볼 생각이었으나 영 배가 고프지 않아서 체크인 후 먹자고 하고 공항 내 입점 가게들을 조금 둘러봤다. 뭐 사실 둘러본다기엔 다리가 아파서 화장실 갔다가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마침 9/2이 항공의 날이라고 해서 인형탈을 쓴 친구들의 깜짝 공연이 잇었는데 아기는 뛰쳐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흥이 참 많다.
시간이 끝나 인형이 퇴장하자 그때부터 아기는 기분이 상했는지 인형사줘 음료뚜 사줘 아끼 사줘 업어줘 안아줘 아니야 돌림노래를 부르며 최악으로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피곤해서 신경이 예민해 진 상태고 남편은 이미 짜증이 얼굴에 만연하길래 아기를 들쳐업고 국제선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아기들이 뛸 수 있게 해 놓은 매트시설이 있기에 잠시 놀게 해 주었는데 여기서도 꽤 진상짓을 하고 아기에게 종이비행기를 만들어줫던 일본인들도 질려서는 자리를 떴다.
정신이 없을 땐 중요한 일부터 미리 처리해여겠다는 본능에 서둘러 체크인을 했다. 구래도 시간이 꽤 흘러 탑승장에 도착하니 3시 반이 되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고4시반쯤 라멘과 만두를 먹자고 하고 쇼핑을 마무리 해서 식당으로 향했는데 이게 무슨일이야 식당이 다 문을 닫았다. 삿포로 공항은 4시면 문을 닫는단다!!! 왜 이 사실을 이제야 안 것인가. 왜 그 수많은 블로거들은 이 사실을 명기하지 않는 것인가. 털썩….
슬 배가고파오기 시작한 우리는 허탈감에 라운지를 찾았으나 한 곳은 입장이 안 되었고 나머지 입장이 가능한 곳은 음료만 제공이 되었다. 어쩜 이렇게 주전부리 하나 없을 수가 있나. 편의점 하나도 없는 공항이라니. 아기가 너무 배고픅 것 같아 과자를 하나 샀는데 아 짜도 너무 짜다. 아기는 맛있는지 한봉지릉 다 먹고 또 달라고 난리다. 두봉지를 비우고는 결국 설사를 했다.
남편이 그럼 비행기 안에서 맛있는 걸 먹자고 했다. 비행기를 타서 메뉴를 고르고 이륙 후 주문을 하려고 하자 식사는 72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한다고 한다….. 아.. 내 딸 어쩌나.. 컵라면은 된다고 하니 급한대로 튀김우동과 신라면을 시켜 튀김우동면이라도 먹였다. 좁은 좌석에서 아기를 안고 면을 식혀 주려니 젓가락 질도 안되고 손으로 퍼먹이고 퍼먹기 시작하는데 내 생에 최고로 더럽게 먹은 라면이었다. 이륙까지 가만히 못있고 난리 부르스로 자리를 어지럽히던 아기는 그나마 라면을 먹고 나니 마음이 누그러졌는지 자자고 하니 안겨서 잠이 들었다.
비행기는 연착 없이 정시각보다 조금 더 빠르게 도착했고 짐이 중간에 잠깐 멈춰 나오지 않았으나 곧 해소되어 짐을 찾고 예상보다 빠른 시간인 10:30 좀 넘어 도착.
짐만 대충 풀었는데도 12시. 어서 자자…
힘들었던 여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