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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Dec 12. 2023

두돌아기와 후쿠오카 11/4-11/6

또 후쿠오카냐


그래, 후쿠오카에 꿀 발라 놨다.


11/4 토

10:35 서울 출발 12:00 후코콰 도착


아기가 너무 아팠다. 가는 날 아침까지 이거 가는

거 맞는 건가 고민할 정도로 심각했다. 정말 힘들고 마음을 졸이는 한 주 였는데 아기는 천만 다행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전날의 응급실행은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은 놓지말고 무리하지 않게 여행을 해야겠다 다짐한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여행은 서희의 두 돌 기념 공짜 비행기 탑승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여행 아니겠나.


그렇게 어찌어찌 도착은 했다. 여러 번 왔는데 대낮의 후코콰 공항은 처음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모든 것이 낯설었다. 남편도 그런 기분이었는지 우리 다른 곳에 내린 거 아니냐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항 자체를 증설 공사를 하고 있는지 온통 공사 판이었다. 중국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관광객들도 많았고 공항 자체가 매우 붐비는 것이 정말 코로나는 끝이 났다 싶었다.


13:00 숙소 도착

후코콰는 정말 심리적 거리는 부산보다도 더 가까운 것 같다. 특히 공항과 시내가 택시로 이동 가능한 거리라는 건 그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특장점이다. 덕분에 여행의 피로도 많지 않다. 그래서 더 자주 오게 되는 것 같다. 거진 한 시간도 안 걸려서 호텔에 도착했고 짐을 맡기고 바로 우동을 먹으러 갔다.


12분과 13분의 차이로 기존 계획한 우동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이곳도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1954년부터 있었던 우동집이라고 하고 고독한 미식가에도 나온 곳이라고 한다. 에비우동과 유부우동을 먹었는데 면이 두툼하면서 꽤 퍼진 듯한 느낌이었다. 후코콰 정통 스타일의 우동이라고 하고 남편은 본인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면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나는 되려 맛있게 먹었더랬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길에 레이센 공원이란 곳을 들렀다. 단순히 공원에 아기들이 타는 그네와 말이 있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었는데 마침 레인보우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축제의 규모가 생각보다 컸고 내용이 다양했다. 동성 부모들이 꽤 많았고 가족이 함께 참여가 가능하도록 축제가 구성되어 있어 신기한 광경이었다. 러브 이즈 러브, 러브 유어셀프를 외치며 울컥하는 그들을 보니 극강 T인 나는 감정은 나눌 수 없지만 그간 겪은 마음고생이 조심스레 느껴지긴 했다.

아기는 다양한 부스 여기 저기서 풍선을 비롯한 여러 선물들을 받아 기분이 좋았는지 덩실덩실 춤도 추었다. 요즘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 폐쇄적인 사회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집 근처의 공원에선 유료 공연만 격리되어 열리고 오픈된 장소에서 낯선 이들과 즐거움을 나눌 기회가 많지 않다.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정말 편안한 휴가를 보내는 기분이 들어 행복한 감정이 느껴졌다.


일정상으로는 여기 저기 옵션별 계획한 곳이 있는데 남편은 그저 걷고 싶나보다. 볼 것 하나 없는 캐널시티를 지나 편의점에서 맥주와 커피를 사서 나카스 강변에 앉아 목을 축였다. 등에 업혀있던 아기는 꿀잠에 빠져들어 유모차에 눕혀도 일어날 줄을 모른다.


아기가 잠잔 틈을 타 사야되는 것들을 미리 사버리자 싶어 돈키호테로 향했다. 돈키호테 초창기 시절만 해도 이 정도로 한국인의 필수 관광코스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일본 감기약과 소화제, 파스, 술, 세안제, 간식 등 나름의 바잉 목록을 체크하며 15만원의 거금을 썼다. (쇼핑을 거의 하지 않는 남편 기준에선 대단히 큰 돈이다)


술병이 5병이나 되었기 때문에(여기에 내 것은 없다) 일단 숙소로 와 체크인을 먼저 하였다. 늦은 여행 결정으로 저렴한 에어비앤비를 구하지 못한 탓에 이번에는 숙소를 나카스 강변 환락의 중심가 한 호텔로 잡게 되었는데 방은 넓지 않지만 침대가 보기 드물게 210센치 너비로 든든한 곳이다. 무엇보다 돈키호테, 수많은 이자까야, 호빵맨 박물관, 캐널시티 등이 코앞인 최고의 입지라 정말 “자유” 관광을 하는 우리 가족으로서는 더할나위 없다.


체크인을 하고 살짝 샤워를 하고 나니 어느덧 5시이다. 일단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이런저런 음식보다 이상하게 고기가 땡겨 구글평점을 반영하여 고기집을 찼았다. 일본 여행을 중학생 1학년때부터 했으니 횟수는 많지 않더라도 나름 여러 번의 오랜 경험들이 있다 생각하는데 밑반찬 단 한가지도 나오지 않는 식당은 또 처음이었다. 직원은 과하게 친절하고 음식의 맛은 있었지만 정말 비싼 값 못할 정도의 소량의 소고기‘만’나왔기에 여기서 다른 음식을 시키느니 다른 곳을 더 경험하자 싶어 얼른 숙소 근처의 음식점을 찾았다.

유레카, 이곳이구나. 현지인들이 북적거리는 작은 술집 겸 음식점이었는데 이것으로 이번 여행의 목표는 달성했다 싶게 만족스러운 곳이다. 이곳의 군만두와 맥주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숙소에 들어와 티비를 켜니 뉴스에서 후코콰도 이상기후라고 연신 난리다. 밤이되자 벌써부터 길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다고 수많은 조명들이 반짝이는데 11월에 27도가 웬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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