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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Oct 20. 2024

또 후코콰다 (3/21-3/24) - day1

노산일기


인생 사는게 날로 바빠지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삶에 지쳐 게을러지는 것인지 시간에 끌려다니다 지난 3월의 여행기를 반년도 넘은 이제야 쓴다.

나는 아마도 이제 후코콰 반 전문가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여행은 그간의 경험을 녹여 장장 3개월간 계획하여 완성한 일정으로 셀프 만족도가 무지하게 높았던 여행이다.

3월, 나의 탄신일을 맞아 후코콰로 가족 여행을 갔다.


첫째날

3/21 목

라라포트의 날


10:30-12:10 icn->fuk

13:10-13:30 공항->호텔

13:30-14:00 체크인, 짐맡기기

14:00-15:00 점심식사

15:00-15:30 라라포트로 우버 불러서 이동

15:30-18:00 실컷 놀자

18:00-18:30 식당이동

19:00 야키니쿠 이리와 焼肉いりわ


의 스케줄을 짜놓았고 현실은 매우 빨리 호텔에 도착했다. 사람이 많긴 했지만 후코카 공항은 그나마 속도가 빠른 편이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정작 찾아둔 식당은 많았지만 바로 근처에 고등어구이 식당이 있기에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별거 아닌 찬인데도 여행의 즐거움인지 아니면 후코콰의 고등어는 역시 다른 것인지 명란과 함께 구워진 고등어는 꿀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택시를 타서 라라포트로 향했다. 여러 번 와봐서 중심가는 좀 둘러봤다 싶으니 이제 살짝 외곽으로 도전해본다(사실 딱히 외곽도 아니다). 구글 리뷰가 좋았던 장난감미술관이라는데를 가보기로 했다.


라라포트 1층을 한바퀴를 둘러서야 길을 찾았고 마침 시간에 맞춰 야외광장의 작은 분수쇼를 보자 아기는 신이나서 뛰어 다닌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워낙 차가 많아 아이가 마음 놓고 뛰어 다닐 공간이 많이 없는데 아마 지방도시라서 그렇겠지만, 도쿄는 서울이나 별반 차이가 없겠지만 어쨌든 아이가 자유롭게 뛸 수 있는 아기친화적인 공간들이 도처에 있는 점은 많이 부럽다.


목적하는 장난감미술관 문을 열자 편백나무 냄새가 은은하게 나기 시작한다. 주중 방문이어서 그런지 아기가 아주 많지 않다. 원목을 깎아서 만든 장난감이라니 대단한 기대는 없었는데 정말 그 디테일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 장난감이 아니고 아이 발달과정에 맞춰 정성스럽게 만든 교구들이 잔뜩이었다. 아이는 초밥집 라멘집 아이스크림집 역할극에 푹 빠졌고 농부체험에서는 버섯과 여러 과일과 채소들을 다 뽑아 씨를 말렸고 화덕피자도 만들어 엄마아빠에게 피자를 대접하기도 하였다. 피로에 쩔은 남편은 구석에서 살짝 녹은 듯이 앉아 있었고 자원봉사로 일하고 계시는 미술관의 선생님(?)들께서 연신 다이죠부?를 외쳐댔다. 센세.. 남편이 라운지에서 과음을 했을 뿐이에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놀다 나와서 라라포트 내에서 일본 내 전국구인 홋카이도 멜론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어주고, 딱히 쇼핑에 관심이 없는 우리는 잠시 쉬고 건담 앞에서 인증샷 찍어주고 다시 택시를 타서 저녁 식사 장소로 향했다.


구글 평점이 무려 5점만점에 5점에 달하던 식당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건물의 2층 구석에 있어 정말 길찾다가 집에 갈뻔 했지만 어찌저찌 겨우 길을 찾아  예약시간에 맞춰 입장을 했다. 에너지 많이 쓴 아기를 위해 일부러 소고기를 좀 먹이려고 한 것인데 거의 기절 상태로 일어나지를 않았다. 서빙분들도 한국분이라 주문이 수월했고 사케도 추천해주셨다. 일본의 야키니쿠집을 다녀보면 정말 스키다시가 없고 고기양도 많지 않아 한국에서 먹는 것처럼 원없이 풍족하게 먹는 느낌이 없는데 이곳은 그나마 김치라도 밑반찬으로 내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난 여전히 그래도 소고기는 한국이 압승이다 싶다.

청개구리 아가씨는 식당에서 나오자 잠에서 스르르 깬다. 빠른 걸음으로 호텔을 향하며 가는 길에 있는 빵집에서 빵이라도 사서 허기져있을 아기 배를 채우고 편의점 털이를 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이번 호텔은 숙박비를 아까워하는 우리 가족 기준으로 간만에 조금 가격대가 있는 곳이었다. 다다미공간과 침실이 합쳐진 스타일의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는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깨끗한 호텔로 방은 넓지 않았지만 다다미공간에 작은 테이블을 놓고 주전부리를 먹을 수 있고 아기를 재울 수도 있었다. 호텔의 통창을 통해 밖으로 보이는 건물의 불빛들을 보며 술이 오른 남편은 하늘의 이자까야 같다는 극찬을 해 주었다. 그에게 술만 있다면 어디든 지상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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