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는 올해로 5살이 되었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유치원엘 갔다. 나는 고민 끝에 유치원을 보내지 않았다. 유치원이 물론 좋은 점이 있겠지만 월 10만원과 50만원 간의 간격을 이해시킬만큼 교육의 질에 차이가 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다른 무엇보다 야간 보육이 늦어야 6시까지라는 것은 조부모 도움 없이 육아를 하는 워킹맘에게 사람을 써야 하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이 결정을 내렸을 때는 내가 이렇게나 가까운 미래에 회사로부터 퇴사권고를 받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사람일이 한치 앞을 모른다고 한다 싶다. 어쨌든 난 이러한 결정으로 작년 11월 규모가 좀 큰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사교육의 시작
나도 남편도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교육 없이 공부한 것 치고는 학벌 혹은 취업의 결과물이 나쁘지 않았다고 자부 혹은 자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선행을 비롯한 여러 사교육에 대해서 중간보다는 약간 비판적인 쪽에 가까운 관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내가 사교육에 벌써 발을 들이게 되었다.
올해부터 정부 지침이 바뀌어서 5살부터는 낮잠을 재우지 않는다고 한다. 주말에는 늘 낮잠이 없는 아기지만 주중에는 사회생활 하느라 피곤한 탓에 5시가 넘어가면 그렇게 졸린 모양이다. 연장 보육반에서는 특별한 활동 없이 한 곳에 모아 알아서 놀게 놔두다 보니 더욱 지루했을 것이다. 그렇게 밤낮이 바뀌어버리는 일이 몇 번 발생을 하여 학원을 알아보게 되었다. 이곳저곳을 알아보았지만 5살의 아이를 받아주고 차량을 운행하는 곳은 태권도 뿐이다. 대한민국 태권도 만세다.
체험 수업을 신청해놓고 수업이 끝나기 전에 몰래 가서 지켜보았는데 아이가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서 다행이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런 핏덩이 같은 애를 무슨 학원을 보낸다는건가 싶기도 했다. 학원이 끝나고 어땠는지 물어보자 신체활동에 몸과 마음이 업이 된 상태로 너무 재밌다고 하기에 고민 끝에 바로 학원 등록을 했다.
태권도 끝나고 바로 놀이터로 뛰쳐가서 최소 한시간은 열정적으로 놀아야 집에 들어오니 그와중에 체력은 좋아서 더 다행이다. 말이 5살이지 11월생 이제 겨우 41개월에 접어드는 아기라 학원에서 최연소라 언니 오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놀이터에서도 이제 아기를 알아보는 같은 태권도장에 다니는 언니 오빠들이 제법 생겼다.
재택근무
퇴사 이후 20일 가량의 텀을 두고 바로 일을 새로 시작했다. 그나마의 텀도 없이 일을 하려던 계획이 현재 회사의 일정 지연으로 강제 휴가가 주어졌다. 업종을 탈출하고 싶었는데 완벽한 탈출은 못하고 아주 미미하게 발이 걸쳐진 다른 업종인데 그래도 업이 다르다보니 일이 많이 낯설다. 그 외에도 모든 것이 새로운 환경이다. 생애 첫 외국계회사이고 모든 업무가 영어로 이루어지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재택근무라는 점이다. 연봉이 거의 절반으로 깎였지만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커리어를 포기했다. 사실 원래도 일이란 그냥 돈벌이의 수단일 뿐이지 대단한 야망 같은 건 없다. 전세계 부서에 한국인은 나 포함 단 세 명인데다 그 두명은 높은 직책이다보니 실무적인 도움을 받기가 쉽지가 않다. 낯선 환경에 그나마도 모르는 것에 대해 전화로 그것도 영어로 다른 국적의 사람에게 물어가며 일을 하려니 진척이 더디기가 그지없다. 모든 걸 내가 알아서 찾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재택은 좀 수월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기존의 업계에서 가끔 올 생각이 있는지 떠보는 연락을 받을 때면 뒤돌아보지 않을 것 같았던 내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니 왜이렇게 살이 찌는건지?? 심각한 수준이다. 아, 일을 하지 않을 때면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또한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아이의 성향
나의 아이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궁금하고 관찰을 많이 하게 되는데 내가 육아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잘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특출난 것은 없어도 매사 참 열심히 하는 성격이란 것이다. 그래 그런 삶의 자세라면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무탈하고 건강히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기만을 바란다.
여행
올 7월에 여러 가지 이유들로 여름 휴가지를 홍콩으로 잡게 되어 극기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샤먼 여행 이후 홍콩까지 7개월의 텀이 있다보니 슬슬 엉덩이가 근질거려온다. 최고 비수기 중의 하나인 4월에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밤 늦게까지 여행 관련 어플들을 둘러보기 바쁘다. 일 못쉬고 노는 것도 잠 못 자가며 준비하는 것을 보면 천상 노비팔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