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글을 쓰는 것이 조금씩 늦다보니 실제 일어났던 타이밍에 비해 한 발 늦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 해 10월 말 경 결국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습니다. 육휴복직 이후 일거리를 주지 않았으니 2년 남짓한 시간 동안의 면벽수행 결과물이라 저로서는 딱히 놀랍지도 않았고 되려 올것이 왔구나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닌지라 통보 그 순간 자체 보다도 그간의 지난 시간들이 더 괴로웠거든요.
이직이 딱히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던 저는 "그럼 이직을 할 때까지만 있겠다" 라고 의사 표현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신박하다, 그렇게 말하고 2년이고 3년이고 계속 다니는거 아니냐? 라고 했다고 합니다. 뭐 결론적으로는 24년에 정리해야 하는 인원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24년 내에 퇴직 시 패키지를 챙겨주겠다고 하기에(대단한 패키지도 아니지만) 저도 회사에서 받은 상처로 이래저래 마음이 많이 떠나 더 이상 회사에 있는 것이 어렵겠다 라고 판단하여 12월 31일자로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부서의 대부분의 자료는 제 손에서 나왔다고 자신할 정도로 부서 업무를 셋팅하는데 기여했고, 그 결과 고과 연속 S를 받으며 연봉 상승 혜택도 받았지만 싱글일 때의 삶과 아기를 낳은 후의 삶은 스스로도 인생의 우선순위가 확연히 바뀌었다고 느꼈기 때문에 회사측의 결정도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버텨봐야 제가 예전처럼 회사에 기여할 자신도 없고, 고인물에 우대해달라는 외침밖에 안될 것 같더라구요.
일단 11월부터 급히 이직 준비를 해 보았습니다. 기존의 업계는 포괄임금제답게 야근도 장단기 해외 출장도 잦아서 동종으로 이직하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기에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을 해 보았지만 결과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는 서류광탈하기 일쑤였고 약간 비슷한 분야라도 제가 그 세계를 잘 알지 못하다보니 팀장급 자리의 면접에서 팀을 이끌어갈 비전을 내 놓지 못했습니다. 육아를 병행하며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9-6가 확실한 곳이고 업무가 너무 버겁지 않은 곳이어야 하는데 그런 조건의 단순 사무직은 되려 20대의 손빠른 젊은 청년층 대비 40대 중반의 아줌마의 경쟁력이 떨어지겠지요. 그렇다고 기존의 업계에 가기에는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엄마가 3개월 간 중남미 출장을 가는 등의 주변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제가 이 업이나 일 자체에 대단한 야망이 있는 사람이 아닌지라 더더욱 포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래저래 구직활동을 지속하며 그간 업무와 육아에 지쳐 내깔려둔 집안 환경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를 신청한 상태니 기존 월급 대비해서는 적은 돈이지만 그래도 숨통은 틔울 수 있겠습니다. 국가가 주는 돈을 받으며(그래봐야 제가 낸 돈이겠지만) 그 기간동안 삶을 정비하는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 너무 뒤쳐지지 않게 이것 저것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알게된 Notion이라는 어플은 극 J에 가까운 저에게 신세계이군요. 한동안 Notion 사용법도 좀 알아보려고 합니다. 제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갈 수 있도록 좋은 팁이 있으면 여러분께서도 공유를 좀 해 주세요.
저에게 25년은 인생의 변곡점입니다. 이 시기를 잘 가꿔나갈 수 있도록 저를 위해 기도함과 동시에 여러분도 새해에 좋은 일이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래 봅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