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일기
구독자?가 별로 없고 그나마의 구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하다보니 일기를 쓰는 것에 대한 강제성이 없는 채로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기는 34개월이 다가오는데 마지막 일기를 보니 거진 1년을 글을 쓰지 않았던가 싶고 쏜살같은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며 조금 놀랐다.
오늘 회사에서 회장이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욕받이가 필요했는지 나를 불러다 미친새끼 병신새끼 뇌가 없는 새끼 등등의 욕을 퍼부어댔다. 그가 지시한 그 어떤 내용도 내 임의로 바꾼 것이 없는데 예전 성질 같으면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겠지만 그것마저 기력이 없어서 아무 얘기 하지 않고 회장실을 나왔다.
H모 호텔과 한 개의 제조 상장사, 상장을 앞둔 또 하나의 제조사를 가진 나름 그룹사의 모양새를 갖춰가는 회사의 오너가 아직도 70-80년대 말투와 기업문화를 못 버리고 저러고 계시는구나 안타까움이 몰려왔다.
욕받이를 끝내고 나오자 같은 층의 직원들이 위로를 건낸답시고,
“나도 똑같이 들었어, 오늘 그날이신가봐, 그냥 한 귀로 흘려”
등의 이야기를 해 주는데 고마운 마음보다도 순간 떠오르는 단어는 ‘얻어맞고 사는 와이프’였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내가 나가면 갈데가 없다는 사실 아닌 사실을 셀프 가스라이팅하며 똑같은 삶을 연명하는 사람들.
싱글일때야 뒤도 안돌아보고 떠났을 회사에 가족을 생각한답시고 귀를 씻고 업무일과를 마무리 하는 오늘 하루는 스스로가 참 초라하다 싶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남편과 저녁 먹으며 술한잔 하고 오물을 씻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