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야 보이는 나스카 지상화

페루여행 9일차

by 랄라라

원래 남미여행 계획에는 우유니 소금 사막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논의 끝에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무르면서 찬찬히 보자는 의견이 강했고, 멕시코에서의 일정을 길게 잡으면서 우유니사막 일정은 포기했었다. 나스카도 마찬가지다. 계획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카나 와카치나가 생각했던 것만큼 오래 볼 만한 것은 없었고, 체력도 충분히 따라줬고, 여행경비는 넉넉했다. 이카에서 나스카로 많이 가는지 이카에서 와카치나로 오는 길에 탄 택시의 기사가 도착한 다음에도 가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하자 솔깃한 부분도 있었다.

"우유니도 안 가는데 나스카는 가야지!"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다는 현지 여행사의 의견에 따라 새벽에 일어나 이카로 가서 나스카행 버스를 탔다. 두 시간 정도를 예상했는데 세 시간이 걸렸다. 여행사에서 티켓을 준 버스가 가격대가 싼 버스였다 보다. 중간중간 자주 세워 사람을 태웠다.(올 때는 우리가 직접 티켓을 끊었는데 아주 쾌적하면서 빨리 오는 버스였다.)

나스카에 도착하니 현지 여행사 직원이 우리를 태우고 비행장으로 갔다. 여러 항공사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예약한 곳은 에어로 산토스였다. 몸무게도 측정하고 수속도 밟았는데, 날씨가 안 좋다고 비행기가 뜰 수 없단다. 그래서 기다려야 한단다. 대기자들이 어느 정도 있고, 언제 뜰 수 있을지 모른다며 우리 일행을 다시 차에 태워 사무실로 갔다. 티브이에 넷플릭스를 연결하여 영화 한 편을 보며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영화 한 편을 다 볼 때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여행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배고픔에 가져왔던 바나나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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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나오라는 연락.

비행장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일행을 4명과 6명으로 나누었는데, 나는 4명이 타는 비행기에 타게 되었다. 부기장이 무척 쾌활한 성격으로 계속 웃으시면서 설명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줘서 즐거운 비행이었다. 단지 속이 좀 좋지 않아 힘들었다. 일행 중 많은 사람들이 미리 멀미약을 먹고 탔는데, 나는 설마 하는 생각에 멀미약을 먹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이륙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속이 메슥거려 너무 힘들었다. 생각보다 비행시간도 길어서 비행기에서 실수하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그런 와중에도 나스카 문양은 신비로웠다. 외계인의 소행(?)인 것 같다. 유치원생들의 그림 같은 느낌인데, 그 크기가 100m~300m나 돼서 비행기를 타고 보지 않으면 확인이 되지 않을 정도의 큰 규모다. 그래서 1939년 페루 남부지역을 운행하던 비행기 파일럿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특히 펠리컨이나 구아 노버드, 벌새 등은 이 지역에 사는 새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있어 더욱 흥미롭다. 거미, 고래, 원숭이, 벌새 등의 그림이 30개 이상되고 소용돌이, 직선, 삼각형 등의 기하학무늬는 140개 이상 그려져 있다는데, 비행기를 타고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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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00년경에 제작된 그림으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제작 이유에 대해서는 수없이 많은 설만 있을 뿐이다. 단지 박물관을 다니다 보면 나스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새 그림과 똑같은 그림이 나스 카인들이 사용하던 도자기에도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무렵이라면 도자기를 사용한 계층이 일반 평민들이 아닌 지배계층이라고 판단해본다면 이 도자기를 제례용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렇게 유추한다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한 용도로 나스카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나스카 지상화의 제작방법은 단순하다고 한다. 나스카 고원의 지표가 하얀 석회질 토양이 검은색 돌로 얇게 덮여 있는 형태라서 검은색 돌을 치우면 바닥의 하얀 흙이 드러나고, 그게 그림의 선이 되는 것이다. 단지 이렇게 간단하게 그려진 그림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남아있는 이유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바람도 약한 이 곳의 특수한 지형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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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고, 기장의 안정된 비행과 부기장의 친절한 설명으로 안내도에 나온 그림을 다 찾을 수 있었다. 30분 넘는 비행을 마치고 우리를 비행장으로 픽업해준 직원의 추천을 받아 오늘의 첫 끼니를 해결하러 식당에 들어갔다. 하지만, 넉넉하게 시간을 고려하여 끊은 버스 탑승 시간이 다 되어 가도록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포장을 해서 정신없이 버스에 올랐다.

생각보다 피곤한 일정이었는지 모두들 기절해서 이카로 되돌아왔다.

숙소에 와서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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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아무도 밟지 않는 사막을 오르고 뛰어본다.

일행들이 일어나 사막으로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는 난 여유롭게 아침 맥주 한잔과 책을...

역시 여행은 아침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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