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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biing Jun 13. 2016

기록과 기억

사진을 찍는 행위, 기록이 기억을 방해하는 순간들

    

   

    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뻐근한 몸을 이끌고 운동을 하고 왔다. 그 후에는 친구와 함께 브런치를 하기로 돼있어서 집에서 7가지 곡물로 어제 갓 만들어진 빵에 치즈를 얹고 프로슈토, 아보카도, 써니 싸이드 업 게란을 얹고 마지막으로 칠리 플레이크와 후추를 살짝 얹었다. 다 만든 이후에는 나름 밖에서 즐겨보겠다며 테라스로 가서 먹으려고 하는 찰나 우리는 이 비주얼은 무조건 찍어야 한다며 정신없이 각도를 찾으며 사진을 찍는다고 몇 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음식은 조금 식었다. 


    이러한 장면이 더 이상 어색한 장면은 아니다. SNS가 보편화되면서 남자들은 소셜 미디아에 좀 더 예민한 여자들의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 음식이 나와도 조금 기다리는 것이 일상화가 되었다. 나 또한 기다리는 사람들 중의 하나였고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짜증이 나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사진 그리고 기록은 무엇인가 자주 생각하게 된다. 요즘 사람들은 좋은 곳에 가서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고 경험을 해도 사진에 집착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그 좋은 볼거리와 먹을 것들을 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언 가를 보고 사진을 찍으면 그렇지 않을 때 보다 기억에 덜 남게 된다고 한다. 조금은 모순적인 순간들인 것 같다. 노을 사진을 예쁘게 남기고 싶어서 노을이 주는 그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최대로 느끼지 못하고 음식 사진을 이렇게 저렇게 구도를 바꿔가면서 예쁘게 찍느라 음식이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몇 분을 흘러 보낸다. 

    

    매일 사진을 많이 찍는 것은 일상화가 되었고 분명 사진을 찍어놓음으로 인해서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회상할 수 있다. 사진 앨범 자체가 우리의 기억과 뇌를 대체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일상의 많은 기록들이 우리의 핸드폰 안에 저장되어있다. 사진을 많이 찍는 것은 분명 엄청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가 기억을 방해하는 일이 되지 않아야 하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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