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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진 Apr 20. 2022

근육돼지 만세

‘돼지’가 아니라 ‘근육’이 핵심이지

"근육돼지"란
운동해서 몸은 어느 정도 단단하나, 자유로운 식단 덕분에 근육 위에 지방이 붙었단 의미로 체중감량 다이어트를 지향하지만 먹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입맛 좋은 건강한 사람'을 의미한다. 바로, 지금, 나다!


작년 이맘때, 나는 운동에 빠져 살았다.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킨 후 따릉이를 빌려 한 시간 가량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거나 팔 벌려 뛰기 1000번을 뛰었다. 일주일에 1-2회는 저녁에 1시간 정도 홈트도 했고 웬만하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도보했다. 식단에도 꽤 진심이었다. 운동 후에는 단백질 보충에 신경 썼고 가능한 클린한 식단으로 먹으려고 부단히 애쓰며 살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몸이 조금 단단해졌고, 덕지덕지 붙어있던 군살이 정리되어 전신 거울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한 해였다.


이때다 싶어서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내 표정을 꼭 한번 남겨보고 싶었다. 바디 프로필은 아니었지만 사진 찍는 전날까지 나름 힘든 관리를 하고 풀메이크업을 받은 후 사진을 찍었다. 공들여 찍어서일까. 지금도 그 사진은 볼 때마다 그냥 기분이 좋다. 열심히 운동했던 시간과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 그 사진 속에 담아낸 내 꿈을 느끼고 싶을 때마다 가끔 들여다본다. 그땐 괜한 데 돈 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역시, 찍길 너무 잘했다.


그러다 이사와 아이의 입학에 정신이 쏠리면서 운동이 2순위로 서서히 밀렸고 현재 내가 유지하는 운동이라곤 <자기 전 5분 스트레칭+팔 굽혀 펴기 20개>가 전부다. 식단도 마찬가지. 편한 마음으로, 먹고 싶은 걸 배부르게 먹고 가끔 야식도 먹는다. 그래서 작년에 한참 달렸던 몸무게보다 2-3kg 찐 몸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명 '눈바디'로는 큰 차이가 없다. 작년에 다이어트 시작하기 전 몸무게와 거의 같은데도 확실히 옷 사이즈나 허리둘레가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꽉 끼었지만, 지금은 잘 들어간다. 같은 몸무게에 다른 핏이라니... 이래서 근육이 중요하다고 하나보다.


물론 다이어트 한창이던 시절이랑 비교하면 확실히 살이 오른 게 눈에 보인다. 얼굴이, 아랫배가, 허벅지가 ‘동그래’ 졌다. 그런데 그게 전부다. 조금씩 더 동그래졌을 뿐, 내가 살아가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 내가 나를 혐오할 만큼도 아니고 누가 나를 보고 '무슨 일 있어요?' 할 정도도 아니다. 작년과 비교해서 동그래졌다 느낄 뿐이다.


난 지금 내 몸이 좋다. 작년엔 이 몸무게가 싫었는데, 올해는 왜 괜찮은 걸까. 그땐 너무 둔하게 느껴지고 무거웠는데, 올해는 왜 별로 불편하지 않은 걸까. 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팔 굽혀 펴기의 실질적인 운동 효과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심리적으로 내가 ‘나의 습관’에 많이 의지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본격적인 운동을 하지 않아도 나를 위해 하루 10분 정도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꽤 위로가 되고 내 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오늘도 무사히 20개 팔 굽혀 펴기 완료!
오늘도 7-8 천보 걷기 완료! (등하교만 함께해도;)
오늘도 ‘도그 자세’로 스크레칭 완료!


이렇게 작은 성취감이 내 기분을 올리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 같다. 실제로 흔히 ‘안녕살’ 이라고 불리는 겨드랑이 맞닿는 부분의 팔뚝살이 제법 탄탄해졌고, 수줍긴(?) 해도 여전히 복근이 보인다. 작년과 비교할 수 없는 가벼운 운동이어도, '운동은 운동'인 것이다.


“나 이러다 근육돼지 되겠는데?” 맥주 한 잔 하다가 괜히 찔려(?) 튀어나온 말에, 남편은 이렇게 대답했다.


좋은 거 아냐? 근육이 있단 말이잖아


맞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근육돼지는 ‘근육’이 있어야 가능하다. 몸을 쓸 줄 알고 유지하며 사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별명이라는 사실! 생각을 바꾸니 갑자기 맥주가 더욱 맛있어졌다.


잊지 말자. 근육돼지의 핵심 키워드는 ‘돼지’가 아니라 ‘근육’이라는 걸 말이다.




PS.

처음엔 싱크대 붙잡고 서서 10개를 했고 그다음엔 무릎 꿇고 5개, 그다음은 10개, 20개.. 그러다 익숙해질 때쯤 개수는 유지하되 무릎을 점점 뒤로 빼고 각도를 점점 넓혔다. 마침내 제대로 된 팔 굽혀 펴기 자세로 1개 성공. 사실 성공이라기엔 우스울 정도로 진-짜 조금만 굽혔다 폈지만. 뭐가 됐든 성공했다는 게 중요하니깐! 점점 개수를 늘리고 자세를 교정해가길 1년 반이 된 지금. 컨디션 좋은 날엔 충분히 내려갔다 올라오길 20번 연속으로도 가능할 만큼의 근력이 생겼다. 그래서 말인데…


저도 했으니 작가님들도 할 수 있습니다!

…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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