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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진 May 26. 2022

세상에 나를 꺼내놓기

맨 땅의 프리랜서 (2)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만들기


아무것도 없이, 그야말로 맨 땅에서 시작하는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두드릴 수 있는 모든 문을 두드리자
그중 하나는 열릴 거야


나를 대표하는 메인 경력이 출판 에디터지만 지금 난 영상 쪽 일을 하고 싶고, 심지어 인맥은 1도 없는데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 그렇다면 지름길은 없었다. 정공법으로 내가 두드릴 수 있는 모든 문은 다 두드려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20대 취준생처럼 말이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갑자기 시간을 거슬러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20대 초반의 나. 그때도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나는 좋은 학벌도, 좋은 토익 점수도, 거창한 외부 활동 경력도 없었고 과연 내가 취직할 수 있을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지금 뭘 준비해야 하지? 매일 고민하면서 하루는 좌절했다가 하루는 파이팅 넘쳤다가 이래저래 기복이 심했던 날들의 연속이었으니 말이다. 그때 그 감정을 약 15년 만에 다시 느끼다니... 웃음이 피식 나왔다. 또 한 번 이런 기분을 느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데 그때와 다른 게 하나 있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는 나에 대한 믿음. 그리고 혹시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길이 생길 거라는 기대가 20대 땐 없었는데 지금은 있다. 이런 게 나이가 들면서 생긴 여유인 걸까.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시작’을 시작했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검색'이었다. 프리랜서로 일하기, 프리랜서 외주, 프리랜서 일 구하는 방법, 프리랜서의 조건, 프리랜서 구직 사이트 등등 내가 관심 있는 키워드를 하나씩 검색창에 넣어보며 두서없는 정보를 흝었다. 블로그, 브런치, 카페, 그 외의 다양한 사이트로부터 흩어진 정보들을 무작정 읽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이게 얼마 만에 정리하는 이력서인지... 처음엔 모니터 앞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막상 내가 가진 경력을 정리해보니 세상에... 이렇게 초라할 줄이야. 왜 이렇게 쓸만한 경력은 없는 것이며 한 페이지도 채우기가 어려운 건지, 이게 진짜 내가 일해온 10년이 맞나? 싶었다.  


아냐, 그럴 리 없어.


그래서 이번엔 내 경력을 판단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다 쏟아보기로 했다. 내가 해 온, 크고 작은 일들을 모조리 적어보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털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빠짐없이 다 적어보니, 대단한 건 없어도 최소한 성실하게 일해왔구나.. 하는 느낌은 들었다. 나 스스로 위안이 된다고 할까. 빼곡히 채운 나의 지난 흔적들을 보니 일단 한시름이 놓였다.


커피 한 잔 마시자!


한숨 돌리고 자리로 돌아와 아까 쏟아낸 경력을 다시 읽어 봤다.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간 문서는 역시, 뭐 하나 제대로 읽히는 게 없었다. 정리가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나는 키워드 중심으로 그룹핑을 시작했다. 기획편집, 저자관리, SNS 운영, 수상내역, 어플 제작, 이러닝 기획/제작/관리 등 묶어나가면서 잔가지들은 쳐내고 굵직한 것 위주로 정리했다. 내 기준은 딱 하나였다. '내가 클라이언트라면 어떤 경력에 눈길이 더 가게 될까?'


그러다 불현듯 옛날 생각이 났다. 예전에 출판사에서 북 서포터스를 선발하거나 스터디 멤버를 모집할 때 그들의 소개서를 보고 뽑았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그때 생각해보면 자질구레한 긴 소개글이 담긴 지원서들은 결국 다 읽지도 못했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건 결국 굵고 짧은 소개서들이었다. '그래, 긴 글은 나도 안 읽었지...' 그 경험을 토대로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의 콘셉트도 "굵고 짧게"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며 수정을 거듭한 결과, 최종 이력서 버전은 ppt 한 장으로 정리했고 포트폴리오는 카테고리 별로 나눠서 정리했다.   


드디어 나의 총알 장전이 끝났다. 이제 전쟁터로 가자!!!! 란 마음으로 웹페이지를 켰는데...


... 그래서 어디에 날 소개할 것이냐는 말이다! 정말 대책 없는 나였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에게 승산이 있는 전쟁터(?)'를 찾아야 하는, 다음 미션으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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