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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진 Jun 09. 2022

가벽으로 한 공간, 두 기능

인테리어 마인드 (7) 드레스룸을 품은 침실

드레스룸 따로 만들지 말자
방이 생기면 옷을 더 사게 될지도 몰라


웃자고 한 말이었지만 드레스룸을 따로 만들 생각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옷을 위해 방을 내줄 만큼, 내가 옷에 진심인가?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다. 예전에는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일명 'OOTD (Outfit Of The Day)'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던 날이 많았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몇 벌의 옷만 있으면 문제없었다.


남편은 나보다 더했다. 원래 크게 관심이 없을뿐더러 좋아하는 몇 벌의 옷으로 회사-집-여가활동 모두 해결해버리니... 우리는 드레스룸이 따로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도 수납공간은 필요했다. 처음엔 붙박이를 설치할까 고민도 했지만 '장롱'의 형태를 별로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문을 여닫는 행위 자체가 번잡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 집 안방은 꽤 큰 편이어서 가벽을 만들고 그 뒤로 시스템 행거를 설치하기에 썩 괜찮은 구조였다. 구축 아파트의 특징 중 하나가 안방이 엄청 크다는 건데, 이 아파트는 유난히 더 큰 편이어서 안방에 가벽을 두고 침실과 드레스 공간을 분리하기에 문제없었다.


큰 방 = 가벽+시스템 행거+침대+스타일러


사실 이렇게 정해두고 별 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크게 바라는 것도 없었고 안방에선 옷 갈아입고 잠자면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안방도 조금 더 고민해볼걸이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먼저 행거의 짜임에 아쉬움이 남는다. 붙박이냐, 행거냐 결정하는 것에만 몰두했지 정작 행거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고 기본으로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고 나니 이불이라던가 가방, 모자 등 잡동사니의 수납공간이 너무 오픈되어 있어서 정리를 해도 산만해 보여 가끔 스트레스를 받는다.

훗날 이곳은 수납 박스로 가득 찰 예정


또 제법 큰 키에 속하며 치마, 바지, 외투 등 긴 기장을 좋아하는 나는, 대부분의 옷이 매우 긴 편인데 행거에 걸어보니 밑단이 한 뼘 정도 접히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돌아간다면 행거의 높이 조절과 패션 잡화 수납공간을 좀 더 고민해볼 것 같다.


스타일러의 위치도 조금 더 과감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타일러의 가장 많은 활용은 '외투'인데, 그럴 거면 거실에 자리 잡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오는 입구 어딘가에 있었다면 오히려 동선이 좋지 않을까.


그렇다고 현재 위치가 불편하다는 건 아니다. 특히 남편은 퇴근 후 돌아오면 가장 먼저 스타일러로 향하기 때문에 이미 본전을 다 뽑았다 싶을 정도로 잘 활용하는 중이다.


그리고 침대. 결혼할 때도 이렇게까지 고민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예산에 맞게, 원하는 기능을 가진, 공간 사이즈에 맞는' 침대를 구하려니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건 물론, 결정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심지어 주문 완료하고 기다리다가 자재 수급이 어려워 한번 취소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만족스럽게 잘 활용하고 있다. 양쪽의 작은 협탁과 간단한 조명은 각자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하기에 적절했고 침대 아래의 서랍은 베개나 이불 커버를 넣어두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럼에도 아쉽다고 하는 이유는, 사실 나는 침대를 아예 따로 쓰길 원했는데 공간 사이즈를 잘못 생각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침대 2개를 배치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고민했다면, 아마 안방 전체적인 구조가 다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지금도 꽤 만족스럽다. 미니 드레스룸과 침실, 2가지 기능을 한 번에 해결하니 큰 방을 잘 활용했다 싶다.


이사 오기 전, 우리 식구는 아이와 함께 넓은 저상 침대에 모두 같이 뒹굴며 잤다. 아이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발길질을 해대는 통에 나는 항상 구석에 몰려 잠자기 일쑤였는데, 덕분에 지난 7년 간 깊게 잔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이사하면서 기대했던 것 중에 하나가 아이와 잠자리를 독립한 후 누구의 방해 없이 편안하고 깊게 자는 것이었는데, 안방에 침대가 들어오면서 드디어 이루게 되었다.


반전은...


아이가 안방 침대에서 노는 걸 꽤나 좋아해서 잠들기 직전까지 장난감과 책으로 가득한 날이 대부분이라는 것... (또르륵...) 사춘기쯤 되면 온전히 우리의 방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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