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직도 설레게 하는 것들
요즘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있어서 유튜브를 탐색하는 시간이 무척 늘어났다. 내가 찾고자 하는 주제를 따라 잘 다니다가도 한 순간 잠깐 정신을 놓으면 나도 모르게 유흥(?)의 알고리즘을 타게 된다.
그렇게 정처 없이 떠다니다 만난 나의 옛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 H.O.T와 젝키에 빠져있을 때 나는 안재욱을 좋아했다. 지금도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유행이지만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였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온 사진이나 기사들을 잡지나 신문에서 실루엣대로 오려 다이어리에 꼽아 다니곤 했다. 당연히 내 다이어리에도 안재욱의 프로필이나 사진들이 가득했었다.
물론 나는 덕후까진 아니었다. 현실적인 성격 탓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 기운 빠질 정도로 애쓰는 스타일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사춘기 소녀가 멋있는 연예인을 보며 두근거림에 어쩔 줄 몰라 좋아하는 정도였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근데 아니었나 보다;;;)
성인이 된 한참 후에 <별은 내 가슴에> 드라마 줄거리를 곱씹으며 안재욱의 당시 헤어스타일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사래를 쳤고, 옛날 드라마는 정말 막장이라며 그때의 나를 가소롭게 여기기도 했는데…
어제 새벽 1시 반.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만난 <별은 내 가슴에> 마지막 회, 마지막 15분을 보며. 그때의 안재욱과 최진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재회를 보며 두근거렸던 중학생의 나로 다시 돌아갔다.
처음엔 그저 익숙한 노래의 전주가 시작되어 신난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마음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만 새벽 1시 반에 나 홀로 두 손을 맞잡고 드라마 속 콘서트에 있는 것처럼 몸을 좌우로 흔들거렸다.
모든 식구가 잠든 후 캄캄한 거실이 이어폰을 꽂은 나에겐 대형 콘서트홀처럼 느껴졌고, 나는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동동 굴렀다.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웃기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심지어 오랜만에 기억난 첫사랑의 추억 같은 이 두근거림이 너무 좋아서…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어느덧 새벽 3시가 되어버렸다.
오늘 그 피로함을 안고 하루를 보내느라 너무 피곤했지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다녀온 듯한 어젯밤이 꿈처럼 느껴져서.
나를 위한 기록으로 남겨본다.
여전히 별은 내 가슴에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