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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Jan 04. 2021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화(火),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자


일희일비하지 않기


내 좌우명이다. 각자 어떤 이유로 또는 어떤 계기로 자신의 좌우명을 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략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매번 일희일비를 하여 좋지 않은 결과 또는 상황을 만나 반성의 의미로,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결심의 의미로 좌우명을 삼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남편의 경우처럼 실제로 그렇게 행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경험이 있거나 좋은 상황을 맞이 했을 때를 본 삼아 앞으로도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그것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남편의 좌우명은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있다”이다. 아무튼 ‘일희일비하지 않기’라는 좌우명이 언제부터 나의 좌우명이었나를 생각해 보면 참 오래전부터인 것 같다. 어떤 계기로 이 문구가 내 좌우명이 된 지까지는 정확히 생각이 나지는 않으나 아마 오늘과 같은 상황이었지 않나 짐작이 된다.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느린 것과 답답한 것 그리고 복잡한 것들을 못 참는다.

그래서 미루지 않는다. 아니, 미루지 못한다. 일이 쌓여 있으면 온종일 쌓여 있는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때그때 일을 처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이러한 성질은 일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그때그때 일렁이는 감정을 쌓아 두지 못한다. 그래서 종종 담아두지 못해 그대로 흘러나오는 감정들로 마음의 고요가 깨지는 일이 생긴다.


이 때문인지 항상 나의 신년 목표에는 ‘마음의 평안’이 들어간다. 특히 올해는 목표를 더 구체적으로 잡았다. 그것은 바로 ‘일 년에 열두 번 화내기’이다. 즉 한 달에 한 번꼴로 화를 내자는 취지에서 만든 목표인데, 이 목표는 자주 일희일비하는 나의 성격을 조금 가다듬어 나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그리고 나를 둘러싼 사랑하는 사람들의 평안을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나의 신년 목표와 계획을 들은 남편은 진심을 담아 응원의 의미로 올해의 목표를 달성하면 마지막 달인 12월에 가지고 싶은 물건을 하나 선물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냥 단순히 자기만족을 위한 목표였을 뿐인데 선물까지 덤으로 생기니 더욱더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렇게 난 며칠 전 새해 첫날 기필코 이 목표를 이루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1월 하고도 며칠이 안 된 오늘, ‘화 내기 포인트’가 1이 차감이 되어 열한 번이 남게 되었다.


별일이 아니었다.

브런치 앱을 켜고 처음으로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어 보려고 시도했다. 고심하여 매거진 이름을 작성하고 매거진 주소까지 완성하였다. 그런데 완료 버튼을 누르니 매거진 표지가 내가 원하는 사진이 아니었다. ‘다른 작가님들의 매거진을 볼 때면 글에 어울리는 멋있는 사진이 있었는데 내 것은 왜 그렇지 못하지?’ 얼른 내가 좋아하는 사진으로 바꾸고 싶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혹시 브런치 앱을 사용해서 그런가? 컴퓨터를 사용하면 달라지려나? 여러 방면으로 시도해 봤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마음이 급해지고 짜증이 일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내 첫 매거진 만들기를 재밌게, 예쁘게, 유의미한 시간으로 보내고 싶었던 나의 기대에 어긋남 때문에 왠지 모르게 순간 짜증이, 화가 일었다.

그때 남편이 뒤에 서 있었다. 나지막한 목소리,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에게 경고했다.


한 번이야.


오, 안 돼! 이런 일로 이번 달 화낼 기회를 써 버렸다니. 돌이켜 보니 정말 작디작은 일로 화를 내 버린 것이었다.

‘다음에 더 큰일이 있으면 어떡하지?’, ’ 이번 달에는 아무리 큰일이 있어도 화를 내면 안 되겠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이번 달처럼 월초에 화낼 일이 생겨도 중순으로, 월말로 최대한 미뤄야겠다.”


그렇게 아직 1월인 오늘, 나에게는 아직 열한 번의 기회가 남았다.

어떤 일로 이 열한 번의 기회를 채우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깨달은 대로 “다음에 더 큰일에 화를 내자”에 다시 또 “다음에 더 큰일일 경우에 그때” 이렇게 계속 차차 미루게 되면

열한 번의 기회를 쓸 ‘진짜 다음에’는 없게 되지 않을까?



화(火),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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