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아트랩 4.0 아티스트 인터뷰: 이현주 (ABC Lab)
이현주 / 현대무용가
움직임을 기반으로 공연과 교육을 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문화재단의 티칭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움직임과 드로잉의 접점을 찾아 의미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움직임 아이디어를 얻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강지웅(이하 '강'): 같은 팀과 연속으로 작업을 하시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었나요?
이현주(이하 '이'): 우선 팀워크가 너무 잘 맞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저도 작년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더 알게 되니까 기술적인 부분과 조율하는 방향에 대해 먼저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기술 분야 선생님들도 비슷하셨던 것 같아요.
강: 지난해에 이어 작업을 하셨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도 특별히 더 논의하신 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올해는 오프라인 진행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퍼포먼스 측면에서 기대를 많이 했어요. 교육이나 키트를 구성하는 방향이나 기술을 활용하는 맥락을 오프라인 퍼포먼스를 중심에 두고 잘 연결해보자고 이야기를 해나갔어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지난해는 선이 있어서 움직임에 제약이 있었는데 이걸 무선으로 바꾸어서 제약 없이 자유로운 움직임을 만들 수 있었어요.
강: 한 축에서는 오프라인 퍼포먼스를 전제로 기획하시고 다른 축에서는 움직임을 무선화해서 퍼포먼스를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하신 거네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계획한 대로 진행하기 힘들어져서 속이 많이 상하셨겠어요.
이: 원래 저희가 준비한 오프라인 공연을 한 다음에 시작하는 계획이었는데 그게 어려워져서 교육부터 시작하게 되었어요. 중간에 보여주긴 했지만 순서가 바뀐 게 좀 아쉽기는 해요. 퍼포먼스에 다양한 움직임과 기술을 담았기 때문에 처음에 계획한 대로 퍼포먼스를 보면서 기술이나 움직임에 대해 호기심을 먼저 갖고 교육에 참여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긴 해요.
강: 퍼포먼스를 먼저 보여주려고 하셨던 건 어떤 강렬한 인상을 주시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퍼포먼스를 준비하시면서 움직임 측면에서 보여주고 싶으셨던 건 어떤 건가요?
이: 지구 대신 살아갈 행성을 어떻게 만들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스토리 위에서 움직임에 대한 아이디어와 센서를 활용해 구현할 가능성을 조율했어요. 그 과정에서 움직임과 기술이 활용되는 과정과 배경에 대해서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맞춰갔어요.
강: 작년보다 움직임에 대한 비중을 높인 것이 선생님께는 더 크게 와닿으셨을 것 같아요.
이: 네, 같은 공간에서 제가 시범을 보여주면서 하다 보니까 참가자들에게서 더 와닿는 에너지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공감도 많이 하고 이해도 하면서 이렇게 움직여도 이상한 게 아니구나, 이렇게도 움직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각자 움직이는 걸 직접 보고 생각하면서 움직임들이 풍부해진다는 느낌도 직접 받았어요.
강: 지난해에는 거의 비대면으로 진행하셨기 때문에 비교가 훨씬 잘 될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대면 교육이 이루어지면서 움직임에 대해서는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대면과 비대면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대면 교육이 더 낫겠지만 접근을 조금 바꿔서 비대면 교육에서 어떤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느냐로 접근하면 좀 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처음 비대면 교육을 하던 때에는 진짜 막막했어요. 움직임을 보여주는 각도나 힘의 세기나 조절은 어떻게 보여주고 설명할지 같은 것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수업을 하다 보니까 오프라인에 비해 그런 제약들이 있긴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각자 저와 마주 보고 수업을 하는 느낌을 받겠다, 그럼 참여자들끼리 연결하는 고리들을 만들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멀리 떨어져 있는 학생들이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수업을 할 수도 있겠구나 같이 새로운 수요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보면서 감상이나 생각을 함께 나누는 게 오프라인에서는 그런 연결들이 너무 가능하고 쉬운 일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온라인에서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눈으로 움직임을 보는 것과 그걸 몸으로 직접 표현해보는 것의 연계성을 찾는 시도를 해봤어요.
강: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면의 압도적인 강점이랄까요. 숙련도가 높은 전문가가 직접 보여주는 시범에서 받는 진한 인상이나 여운 같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요?
이: 수업 한 차시 전체를 움직임으로만 진행한 적이 있는데 수업을 지켜본 선생님들께서 참가자들이 움직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더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저도 화면을 통해서 손을 이렇게 뻗어볼까 아니면 부드럽게 뻗어볼까 하는 것보다는 제 몸에 집중하면서 시범을 보이고, 참가자들도 자기 몸에 집중하면서 움직임을 시도하는 걸로 연결이 되는 걸 느꼈어요.
강: 움직임을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잘하는 것이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가자들이 처음에는 움직임을 어색해하다가 점차 풀려나갔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이: 한 차시를 통째로 움직임 수업으로 하기 전에도 움직임을 다루었어요. 그때는 기술과 연결된 움직임을 탐색하는 단계였다고 할 수 있어요. 구부리기, 숙이기, 구르기 같은 동작들을 했는데, 움직임만 다룬 수업에서는 우리 몸에도 표정이 있을 수 있다, 힘, 속도, 방향과 연결해서 동작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사실 여러분들도 이미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강: 일종의 완급조절에 대한 호기심을 주신 셈이네요.
이: 네, 여러분 힘들면 몸이 어떻게 되냐 이렇게 축 처지고 뭔가 화가 나거나 이러면 머리도 넘길 때 그냥 넘기는 것과 화가 났을 때 막 넘기는 것과 그런 우리의 몸의 근육의 속도나 수축 이완하는 그런 힘이나 이런 것들이 질감을 달라지게 하지 않겠느냐 같은 예를 들었더니 좀 더 쉽게 이해하는 것 같았어요. 그게 움직임을 기술과 연결하면서 예술적인 표현으로도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강: 그 연결을 참가자들은 몸으로 느꼈을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진한 인상이었을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 마지막에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움직임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내가 몸을 내가 인지할 수 있을지 몰랐고 그런 내 몸의 표정이 있다는 표정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움직이니까 좀 더 재밌게 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이 인상적이었어요.
강: 코로나 때문에 움직임을 다루는데 많이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감회가 새로우셨을 것 같기도 해요. 선생님께 움직임의 매력은 뭔가요? 선생님께서 움직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가 있다면요.
이: 해소인 것 같아요. 요즘은 좀 덜하지만 움직일 때 내가 가장 투명해진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내 몸이 매개가 되어서 표현할 수 있는 거는 움직임밖에 없잖아요. 내 몸으로 모든 걸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강: 코로나 때문에 제한되고 움츠릴 수밖에 없는 시기에 선생님께서 움직임을 통해 전달하신 메시지가 참가자들에게 더 강렬하게 영감을 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참가자들이 구상하는 아이디어를 보시면서 선생님께서 새롭다 싶다고 생각하시거나 재미있다고 느끼신 부분이 있으셨나요?
이: 새로움보다는 ‘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은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엄청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정말 표현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보였던 게 저한테는 인상적이었어요. 표현하고자 생각한 걸 움직임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그리고 그 표현이 어떻게 보일까를 연결해서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강: 기술을 활용하되 몸에 대한 집중을 잃지 않는 방향을 추구한다는 사업의 지향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궁금했어요. 어떠셨나요?
이: 기술과 움직임 사이에서 몸으로 하는 이 움직임에 초점을 더 맞추자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작년에는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기술적인 측면에 초점이 더 많이 맞춰졌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참가자들에게 움직임이 강렬하게 남도록 해보자고 했어요.
강: 참가자들을 ‘퍼포머’라고 표현하신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퍼포먼스’와 같은 용어를 활용하시면서 만들어지는 형식의 긴장 같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 무대를 중심으로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을 함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음악, 조명, 소품을 포함해서 장면을 연결하는 등장과 퇴장의 구성까지도요. 시각적인 장치 외에 다른 요소들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해서 움직임을 구성해나간 셈이지요.
강: 관객이 없는 퍼포먼스를 한 게 아쉽네요. 관객이 있는 퍼포먼스와 없는 퍼포먼스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 아무래도 관객이 있으면 조금 더 긴장되고 집중되면서 엔돌핀 같은 것이 발휘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한 번에 쏟아 내는 거죠. 그런데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제작하면 가장 완벽한 영상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몇 번이고 계속 촬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강: 그 완벽의 기준을 정하는게 어려울 것 같아요.
이: 열심히 했는데 더 잘하고 싶다. 조금 더 해야겠는데 싶은 것들이 보이니까 다시 하게 되는 거죠.
강: 어떻게 보면 그건 관객보다는 더 잘 하고 싶다는 퍼포머의 의지 같아요. 그런 점에서 영상으로 찍을 때에는 퍼포머의 만족도가 중요할 수 있겠네요. 고되기는 하지만 무대에서 하는 퍼포먼스에 비해 나름의 장점이 또 있을 것 같아요.
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좀 더 확대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거요. 내가 어떤 움직임을 하고 있을 때 손을 강조하고 싶다면 영상에서는 손을 클로즈업 하면 되니까 그런 부분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강: 이번에 드림아트랩에 참가한 분들에게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또 실행한 경험이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하세요?
이: 자기가 생각한 것들을 구현해내는 과정을 경험했고, 또 혼자서 한 게 아니라 팀으로 작업을 했잖아요. 그 과정에서 시도해보고 실패하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했거든요. 그 과정들이 좋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기술이든 움직임이든 시도해본 것이 구상한 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시 해보자고 했던 경험을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강: 퍼포먼스 영상을 봤는데 팀마다 다른 색깔이 느껴졌어요. 그중에서 무대 뒤편의 공간이 느껴지도록 화면을 활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기술이 접목되면서 퍼포먼스가 주는 감각적인 느낌이 더 확대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의 입장에서는 즐거움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지만 퍼포머 입장에서는 어떠실까 궁금했어요.
이: 특히 인터랙션을 활용한 퍼포먼스의 경우는 관객들에게 확실히 호기심을 더 많이 주는 것 같아요. 퍼포머 입장에서도 움직임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고 할 수 있겠고요. 저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점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요.
강: 앞으로 기술을 더 활용해가면서 움직임 퍼포먼스가 본래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을 어떻게 간직하고 표현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가 될 것 같아요.
이: 시각적인 표현을 더 다양하고 강렬하게 전달하는 한편으로 ‘몸의 표정’으로 말씀드렸던 움직임의 질감 같은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숙제가 될 것 같아요.
강: 그런 부분이 움직임에 대한 교육을 할 때에도 중요할 것 같아요.
이: 바쁘게 지내다 보면 몸을 돌보는 게 조금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내 몸을 살피자는 제안, 내가 그냥 서 있더라도 그냥 이렇게 몸덩이가 그냥 이렇게 딱 서 있는 게 아니라 땅을 지탱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내가 지금 느끼는 것과 기분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는 걸 인지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강: 그 감각을 어떻게 하면 잘 일으킬 수 있을까요? 영업 비밀이겠지만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 약간 명상처럼 진행해요. 몸을 인지하는 수업을 할 때 눈을 감고 일단 몸을 하나하나씩 짚어보면서 머리, 어깨, 팔꿈치 하나씩 좀 떨어뜨려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그것들이 연결됐을 때를 생각해 보기도 해요. 그래서 어떤 움직임을 하든 그 중심이 되는 자기 몸에 대해서 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