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는 음식이 하나쯤 있는 게,
특색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나에게 있어 굴, 멍게가 바로 그것.
먹는 순간 확 퍼지는 바다향에 거부감이 일었다.
1. 고집
굴을 먹는다는 것은 정말 큰 도전이었다. 아무리 맛있고 신선한 굴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집 있게 먹지 않았었기 때문. 그 비릿한 향이 조금도 아니고 많이 싫었다.
오늘은 취향이 강해지기는 커녕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던 어느 날,
놀랍게도 거부감 없이, 오이스터 바에 가자는 친구의 제안에 흔쾌히 응한 날.
2. 변주
고집스럽게 안 먹던 굴을 추가 주문해서 먹게 될 줄이야. 전혀 생각도 못한 향긋하고 깔끔한 맛에 내 고집과 맞서 싸웠다. 뭐야? 나 이제 못 먹는 음식 없잖아?
생굴로 시작해서 굴 튀김, 굴 파스타까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만 같은 오이스터 바에서 생굴을 다듬는 요리사를 보며 변주를 듣는 것만 같았다. 장소, 사람, 음식, 삼박자가 모두 갖춰졌던 그 자리. 찐한 도전을 찐하게 성공했던 그 순간.
3. 기대
굴은 내 고집으로 쌓아올린 철옹성과 같았다. 죽을 때까지 입에 대지 않았을 것 같은 것이 생굴과 멍게.
그런데 자존심도 없는지 하루만에, 아니 반나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굴에 반해버렸다. 몇날며칠이고 곱씹었던 경험. 새로움을 두려워하는 줄 알았던 나인데 고작 굴 하나로 성향까지 바뀌어 버리는 듯하다. 이 경험으로 나중엔 멍게까지 시도했더랬지.
음식을 그냥 입에 넣는 게 아니고
그 순간의 모든 것을 음미하며 행복을 느끼기에
싫어하던 음식을 한순간에 좋아하게 된 것은 큰 충격이었다.
싫어하는 음식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던 내가,
이젠 당당히도
"전 이제 정말로 다 잘 먹습니다."를 외칠 수 있게 됐다.
나에게 있어 굴은,
음식에 대한 도전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시도 전반에 영향을 끼칠만한 방아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