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시작한 달리기.
달리기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론 2분 걷고, 1분 달리는 형식의,
달리는 시간이 걷는 시간보다 짧은 달리기 도전이랄까.
최근 읽은 책에서
정신이 건강하려면 육체를 움직이란 문구가 있었더랬다.
달리기라고는 질색하는 나였지만,
당장 편한 옷을 입고 이어폰을 끼고 신발을 신었다.
건강한 습관도 들일 겸, 정말 못할 것 같은 걸 해내면서 성취감도 얻을 겸.
오늘도 달리기 후 시원하게 샤워를 마친 후,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찾았다.
1. 새로운 메뉴, 콘파냐
-평소 카페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학생 때만 해도 아메리카노 보단 딸기 스무디였는데 말이다.
콘파냐는 거의 주문하지 않는 메뉴.
쓰기도 하고, 금방 다 마셔버릴 것만 같은 에스프레소를 굳이?
오늘은 배 부르기 싫기도 하고 맛을 느끼면서 앉아있고 싶은 생각에 문득 콘파냐를 주문했다.
손에 꼽을 만큼 마셔본 적이 없던 메뉴였지만,
자연스럽게 외친
"콘파냐 한 잔 주세요~"
전에 마셨던 콘파냐와는 다른 잔에 나와서 그런지,
오늘은 보는 맛이 있다.
작고 귀여운 둥근 잔에 층이 나눠진 것만 같은 선명한 비주얼. 따듯하고 평온하다.
2. 기대하지 않은 쫀득한 크림
분명 예전에 마신 콘파냐는 대충 휘핑 크림을 짜서 올린 비주얼이었는데,
기대하지 않은 예쁜 크림이 올라가 있다.
마치 맛있는 아인슈페너를 팔 것만 같은 카페의 쫀득한 크림.
입 안을 휘감는 초콜릿은 좋아하지 않는데,
끈기 있는 크림은 꼭 한 입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달달하면 더 행복하기까지 하고.
3. 산미
에스프레소에 휘핑 크림을 얹은 메뉴라,
쓴맛을 기대하고 입에 넣었는데 생각보다 강한 산미에 놀랐다.
이래서 맛을 느끼려면 자극적이고 많은 양의 음식보단
본연의 맛이 있는 적은 양의 음식을 먹는 걸까.
나이가 들면서 유독 값이 나가더라도 건강한 음식으로 날 대접해주고 싶단 생각인데,
콘파냐를 마시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맛을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것인지.
4. 주황빛 조명
나는 주황빛이 도는 조명을 좋아하지 않았다.
왠지 속이 답답해지는 것 같고,
화장실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텐 그렇게 다가왔다.
그런데 카페를 다니면서 혹은 재택 근무를 시작하면서 자꾸만 조명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도 분위기 있는 주황빛 색감의 조명이.
취향이 바뀐 것인지,
그간 고집이 셌던 건지.
조명 색감에 대한 선호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수백번 생각이 바뀌는 것을 보면 나를 단언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지금 멋대로 말을 내뱉고 나중엔 그 말을 정정해야 할 상황이 올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약간의 두려움.
생각이 바뀌는 건 당연한 건데, 왜 더 조심스럽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일까?
22.03.12, 달리기를 하다 만난 <블랙컵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