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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길 Apr 30. 2024

어떤 봄날

총상화서(總狀花序)로 피는 금낭화며 꽃망울 맺은 작약

잡초 털어 내자니가슴에 안고 있던

입맛에 맞던 흙 떨어져 나갈까 두려워

털지를 못하고 그냥 심었네

     

사랑한다 보고 싶다 세치도 안 되는 혀로 고백하지만

손톱 밑의 피멍울에 움찔 몸 움츠리는 마음 달리

몸에 밴 무시하는 못된 버릇 개 못 준거지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가끔씩 낯익은 비도 내리고

사람 널브러지게 할 만한

산들바람도 불어오네

     

금년 봄은 처음으로

낯선 몸과 좀은 공허한 인연들이 

눈치 보며 집근처를 배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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