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화서(總狀花序)로 피는 금낭화며 꽃망울 맺은 작약
잡초 털어 내자니, 가슴에 안고 있던
입맛에 맞던 흙 떨어져 나갈까 두려워
털지를 못하고 그냥 심었네
사랑한다 보고 싶다 세치도 안 되는 혀로 고백하지만
손톱 밑의 피멍울에 움찔 몸 움츠리는 마음 달리
몸에 밴 무시하는 못된 버릇 개 못 준거지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가끔씩 낯익은 비도 내리고
사람 널브러지게 할 만한
산들바람도 불어오네
금년 봄은 처음으로
낯선 몸과 좀은 공허한 인연들이
눈치 보며 집근처를 배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