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희길 Sep 30. 2024

무섭게 자라는 여름나무

저 밋밋한 땅 속에 분명 무시무시한 힘줄이 숨어 있다

불 뿜는 용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음이 틀림없다

저렇게 무성하게 뻗어 나오는 나뭇가지를 보라

스무살 청년의 팔뚝처럼 솟아오르는 대궁이를 보라

도심 속 가로변에 있는 개가죽나무순온종일 매연 맡으며

수없이 쓸려도 아픈 기색 하나 없이 푸르게 검푸르게

손 내밀고 있다     


소낙비 내리는 이 땅은 경계가 없다

물 위에 뜬 것처럼 사방이 뻥 뚫린 도심의 사막에 서 있다

들새 한마리 날지 않고 날 짐승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고요 속에 뜨거운 소낙비 모래 알갱이 때리는 소리만

환청처럼 들려온다 나는 살아 있기나 한건가?    

 

아픈 건 분명한 거 같다 AI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뚜우 가슴을 파고드는 몇 개의 음절

사랑세월이별그리움....

폭염 속에 묻혀 소낙비 맞으며

어줍잖게도 여름 나무 무섭게 자란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이 떠나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