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30
일주일간 아침저녁으로 매일 3가지씩. 감사 제목을 찾아 선생님께 톡을 보냈다. 우울이 가슴 깊숙이 침습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던 날, 눈 씻고 아무리 찾아도 오늘 내 삶에 감사거리가 없는 날을 제외하고 나름 성실하게 (?) 감사 제목 보내기 숙제를 이행하고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감사 제목을 찾아보는 활동이 어떠했냐고 물었다. 나는 감사할 것이 하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찾아보니 있더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감사할 것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니 내 삶이 온통 가시덤불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시덤불 속에서 작고 예쁜 꽃들이 곳곳이 피어있었다. 가시덤불 속에 핀 꽃이라 그런지 자세히 보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존재였지만 여느 꽃보다 예쁘게 피어있는 꽃들이었다.
선생님은 감사 제목 찾기 숙제를 내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이 들 때 억지로라도 감사 제목을 찾아 몸을 이완시키는 방법이 내게 효과적일 것 같았다고 했다. 불안정한 마음에 안정적인 몸을 붙임으로써 그 불안과 우울의 영향력을 떨어트리는 방법인 것이다. 언제가 가장 불안하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아침에 일어났을 때가 가장 불안하다고 했다. 새벽에 눈이 떠지면 무언이가 해야 할 것 같고, 누군가가 쫓아오는 것 같아서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우왕좌왕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눈 뜨자마자 4-2-4 호흡을 해보라고 알려주셨다. 4초간 코로 숨을 들이쉬고, 2초간 멈추었다가, 입으로 4초간 숨을 내뱉는 호흡 방법이었다. 그럼 점차 몸이 이완되면서 불안했던 마음이 사그라들 것이라고 일러주셨다. 나는 선생님을 믿고 4-2-4 호흡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주 지낸 이야기를 마치고, 요즘 내가 가진 걱정이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난 직장에서의 트라우마로 인해, 현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대답했다. 게대가 나는 현재 병가 중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직장에 나가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이미 서로 다 친해져 있는데, 내가 학교에 나갔을 때 이방인 같은 느낌을 받을까 봐 걱정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전 직장에서의 트라우마..... 그것이 내 발목을 잡아 불안과 우울의 세계로 나를 끌고 들어갔고, 아직도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허우적 대고 있다. 이제 갓 사회생활에 뛰어든 나를 그는 곱디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내 존재를 왜곡시킨 채 그가 원하는 대로 나를 규정하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대로 믿었다. 조금 다른 의견을 낸 자를 색출해내고, 의견을 낸 사람이 일을 추진하게 만들었던 비상식적인 방법의 일처리 구조. 그 속에서 나는 철저하게 무시당하며 밟혔다.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에게 복수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그에게 가서 '네가 생각하고 규정한 것은 진짜 내 모습이 아니야!'라고 외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을 할 수 없으니 마음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선생님은 그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그 앞에 가서 쌍욕을 던지는 것. 그가 내게 했던 대로 똑같이 되갚아 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진정한 복수는 그가 던진 돌에 반응하지 않는 것. '개야 짖어라 그래도 기차는 간다'정신으로 내 갈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신념을 기반 아래 그에 대한 분노를 나의 성장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도 최고의 복수가 될 수 있다고 일러주셨다.
분노를 나의 성장 에너지로 쓸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래. 이 정신으로 살아야겠다. 어리다고, 경험이 얼마 없다고 얕보고 무시했던 너님 새끼한테 빅엿 한번 날리고, 기차는 갈길을 가야겠다. 개소리로 아무리 짖어봐라. 짖어볼 테면 짖어라. 그래도 나는 내 갈길을 갈 테니. 너님 새끼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지금 충분히 더 멋진 사람이 되었고, 앞으로도 더 멋지고 추앙받는 사람이 될테니, 뒷방에서 잘 지켜보시라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