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아 Sep 13. 2022

자아 팽창과 위축.

2022.09.01

남편이 얻어가지고 온 몹쓸 코로나로 인해 상담을 한 주 쉬었다. 그리고 2주 만에 상담실에 가는 날이었다. 오랜만의 상담이라 그런지 상담실로 가기 전, 집에서부터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나를 휘감은 불안감에 심장은 빨리 뛰기 시작했고,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거리다가 결국 먹고 싶지 않았던 신경안정제 한 알을 (아주 오랜만에) 먹고서 상담실에 갔다. 

상담실 의자에 앉아 나는 불안감을 온몸으로 내뿜어 냈다. 선생님은 나의 불안을 읽어냈고, 왜 그토록 불안한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특별히 이 날만 불안에 휩싸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의 불안은 이번 주 내내 지속되고 있었다. 왜 그토록 불안한지 내면을 탐색해 본 결과는 며칠 뒤 잡혀있는 '강의' 때문이었다. 


사실 같은 주제로 10번도 넘게 한 강의였다. 그런데 내 안에서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 이 올라왔고, 그 마음 때문에 불안감이 나를 잡고 뒤흔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실제로 나는 같은 주제로 강의를 할 때 단 한 번도 같은 ppt를 사용하여 강의를 한 적이 없다. 할 때마다 조금씩 손을 봐 업그레이드를 시킨다.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들을까 봐, 강의를 망쳐버릴까 봐, 제대로 나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할까 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불안은 강의 후에도 지속되는 편이다. 쉽게 말해 강의 후에 사람들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이 5점 만점에 5점을 주어도 나는 그 강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실패한 사람' 그리고 '실패한 강의'라고 규정지었다. 그러니 나에게 '강의'라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불안을 야기하는 일인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불안에 떨고 있는 나에게 선생님은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말을 건네주셨다.

"은아씨는 지금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단지 필요한 곳에 '쓰임' 받고 있는 것이에요. 

그러니 그냥 감사하게 생각하면 돼요. 

그리고 강의를 들으러 온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어요.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은아씨가 무능력한 것도 아니지요. 

다만 은아씨와 강의를 듣는 사람의 필요가 맞지 않았을 뿐이에요. 

이렇게 생각하니 어떤 마음이 드세요?"


내가 대단하고 잘나서가 아니라 단지 필요한 곳에 '쓰임' 받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 내 뒤통수를 내리 치는 것 같았다. 단 한 번도 내가 쓰임 받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쓰임 받고 있다는 말이 참 감사하게 들렸다. 선생님의 말대로 생각을 전환하니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고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근댔던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고, 강의를 잘 감당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올라왔다.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내 표정 위에 선생님은 자기 팽창과 자기 위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자아를 팽창하는 사람과 자기를 위축시키는 사람으로. 자아를 팽창하는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이루어 낸  것보다 더 크게 자신을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자아를 위축시키는 사람은 자신이 이루어 낸 것에 대해 부정함으로써 자신을 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은 이 자아 팽창과 위축의 적정선을 타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중요하다고 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나는 자아 위축을 너무 잘하는 사람이었다. 설명을 다 듣고 나니, 위축되어 쭈그려 있는 내 모습이 환영이 되어 눈앞에 나타나는 듯했다.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 안쓰러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앞으로 또다시 이런 불안이 올라올 때 선생님이 가르쳐 준 생각의 전환을 통해 자아 팽창과 자아 위축의 개념을 떠올리기로 했다. 그 중간점을 찾아간다는 것이 쉽게 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나를 그 중간점 어딘가로 인도할 거라고 믿어보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아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