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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아 Sep 19. 2022

불안과 통제.

2022.09.08

지난 한 주간 나를 해치고 싶은 욕구들을 참아내느라 버거운 한 주를 보내고 상담실을 찾았다. 아니. 해치고 싶은 욕구를 참아냈다기보다 이렇다 할 '해칠 이유'가 없었기에 나를 해치지 못했다. 어떻게든 '해칠 이유'를 찾고 싶었지만 직장과 집에서 주로 홀로 지내는 내게, 이렇다 한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해치고 싶은데 그렇게 할 타당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 더 격렬하게 해치고 싶은 마음만 올라올 뿐이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한 달가량 나를 해치는 행동을 잘 참아왔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상담이 시작되어 한 주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은 왜 그토록 나를 해치고 싶었는지 이유를 물었다. 나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언제나 내 대답의 처음은 '모르겠다'이다. 나의 대답에 선생님이 조금의 마중물을 넣어주면, 나는 그 마중물을 따라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대답을 한다. 선생님은 어떤 상황에서 나를 해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는지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것을 권유하셨다. 성격이 급한 나는 '불안할 때 저를 해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이날 상담의 화제는 나의 '불안'이 되었다. 나는 '불안'이라는 감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많은 시간 불안하다. 왜 나는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불안한 걸까. 그 이유를 찾아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나온 단어가 바로 '통제'였다.


"선생님 저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까 봐 불안해요."

"통제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통제를 하지 못하면 저는 무력함을 느껴 제 존재가 무능력하고 무가치하다고 느껴져요."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 그래도 좀 더 능력 있는 사람이 통제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마다 통제할 수 있는 상황,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다 다르지 않을까요? 인간이란 그런 존재 아닐까요?"

"..............."

"우리 인간은 모두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맞아요. 그래서 불안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내가 무능력하고 무가치한 것과 연결 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과 대화를 마치고 상담실을 나오면서 나는 여전히 '통제하지 못함'이 주는 불안이 가슴 언저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음을 느꼈다. 선생님의 말씀이 구구절절 옳다는 것을 알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선생님의 말씀을 인정하게 되면 내 불안이 조금 사라질까. 내 불안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질까. 그럼 내 삶이 조금 더 살만해질까. 어쩌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싶다는 나의 욕구는 오만한 것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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