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오래된 골목의 문을 밀면

by 유리사탕

큰 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진다. 차 소리가 뒤로 물러나고, 건물과 건물 사이로 좁아진 하늘이 길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발밑의 바닥도 바뀐다. 아스팔트에서 콘크리트로, 콘크리트에서 오래된 타일로. 타일의 색이 고르지 않아서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감촉이 미세하게 달랐다. 이 골목에 처음 들어선 것은 지난가을이었다. 누군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 낡은 나무 문 앞에 놓인 화분 하나가 전부였는데, 그것이 마음에 걸려서 길을 찾아왔다. 골목 입구에는 간판도 표지도 없었다. 구글 맵의 파란 점이 목적지 근처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했고, 결국 두 번을 지나쳤다가 세 번째에야 그 문을 찾았다. 사진 속의 화분이 없었다면 아마 네 번째도 지나쳤을 것이다.


간판은 있었다. 다만 눈높이가 아니라 처마 밑, 고개를 들어야 보이는 곳에 작은 나무 판 하나가 걸려 있었다. 글자는 손으로 쓴 것이었는데, 비에 씻기고 햇볕에 바래서 반쯤은 읽을 수 없었다. 가장자리에 이끼인지 곰팡이인지 모를 녹색이 얇게 번져 있었고, 간판을 매단 줄은 마끈이었다. 도자기를 파는 곳인지, 차를 파는 곳인지, 그 모호함 자체가 이 가게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오래된 것은 스스로를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오래 여기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설명해야 할 대상을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문턱이 된다.


문은 나무였다. 진한 갈색에 세월의 결이 그대로 드러난 원목. 칠이 벗겨진 곳에서 나뭇결의 무늬가 보였고, 아래쪽 모서리는 수분을 먹어 살짝 부풀어 있었다. 손잡이는 놋쇠로, 수천 번의 손길에 닳아 가장자리가 둥글어져 있었다. 손을 대면 금속의 차가움이 먼저 오고, 그 위에 매끈함이 따라온다. 새것의 매끈함이 아니라 닳아서 생긴 매끈함. 그 차이를 손바닥은 안다. 문을 미는 순간의 무게를 기억한다. 예상보다 무거웠다. 원목 문이 가진 고유의 저항감이 있었고, 경첩이 낮게 삐걱거렸다. 그 소리가 길고 느렸는데, 기름칠이 된 경첩이 아니라 세월이 만든 마찰의 소리였다. 그 소리가 안쪽의 누군가에게 초인종 역할을 하는 것이리라. 문이 열리면서 안쪽의 공기가 밀려 나왔다. 그 첫 숨이, 이 장소의 첫인상이었다.


나무 냄새. 그것이 가장 먼저였다. 오래된 나무가 가진 특유의 향. 새 원목의 날카로운 송진 냄새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사람의 손때와 습기와 건조를 반복하면서 깊어진, 둥글고 어두운 향이었다. 바닥도, 벽도, 선반도, 천장의 대들보도 나무여서 사방에서 그 향이 올라왔다. 그 위에 무언가 달콤한 것이 겹쳐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게 안쪽에서 끓이고 있던 계피차의 향이었다. 나무와 계피가 섞인 공기. 오래된 것과 따뜻한 것의 조합. 그 안에 들어서면 외투의 지퍼를 내리게 된다. 바깥의 긴장이 풀리는 어떤 온도가 이곳에 있었다. 히터가 아니라 공간 자체가 품고 있는 온기 같은 것. 나무가 흡수했다가 내뱉는 열기.


안은 생각보다 좁았다. 네 사람이 들어서면 어깨가 닿을 만한 크기였고, 한쪽 벽은 통째로 선반이었다. 나무 선반 위에 도자기들이 놓여 있었다. 찻잔, 접시, 작은 화병, 향로. 유약의 색이 저마다 달라서 선반 전체가 어떤 색의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었다. 청자의 맑은 녹색에서 시작해 회백색, 갈색, 그리고 까만색에 가까운 짙은 남색까지. 조명은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작은 할로겐 전구 몇 개가 전부였는데, 그 빛이 유약 위에서 부드럽게 번져 도자기들이 제각기 빛나고 있었다. 같은 형태의 찻잔이라도 유약이 흐른 방향이 달라서 하나하나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지만, 손을 뻗기 전에 먼저 주인에게 시선을 보냈다.


가게 안쪽, 카운터라고 부르기엔 작은 나무 테이블 뒤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사십대일 수도, 오십대일 수도 있었다. 짧은 머리에 린넨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는데, 앞치마에는 흙 자국이 옅게 남아 있었다. 손에는 뜨개바늘 같은 것이 들려 있었고, 손가락 마디가 굵고 단단해 보였다. 도자기를 만드는 손이구나, 하고 짐작했다. 내가 들어선 것을 보고 고개를 들어 눈이 마주쳤지만, 어서오세요, 같은 인사는 없었다. 대신 눈으로 가볍게 웃었다. 입이 아니라 눈이 먼저 웃는 사람. 그것만으로 천천히 둘러봐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다 마신 찻잔이 하나 놓여 있었고, 잔 안쪽에 찻물의 자국이 동그랗게 남아 있었다.


찻잔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크기였는데, 무게가 의외로 있었다. 도자기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아서 한쪽이 살짝 더 무거웠다.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빚은 것의 증거. 잔 안쪽은 유약이 고르게 발라져 매끈했고, 바깥쪽은 손가락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 자국 위로 엄지를 천천히 쓸어보았다. 매끈함과 거침이 교차하는 감촉. 유약이 두껍게 고인 곳은 미끄럽고, 얇은 곳은 도자기의 입자가 느껴졌다. 입술에 닿는 부분인 테두리는 살짝 안으로 말려 있었는데, 그 각도가 마시는 행위를 고려해서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차가 입술에서 흐르지 않고 잔 안으로 다시 돌아가는 각도. 이 잔을 만든 사람은 차를 마시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잔 바닥에는 작은 낙관이 찍혀 있었는데, 읽을 수는 없었다.


가격을 물었다. 주인이 숫자를 말했고, 예상보다 비싸지 않았다. 정확히는, 이 잔이 가진 시간에 비하면 적당했다. 흙을 반죽하고 물레를 돌리고 형태를 잡고 말리고 초벌을 굽고 유약을 바르고 다시 굽는, 그 긴 과정의 대가로 이 정도라면. 잔을 감싸줄 것은 있느냐고 물으니 안쪽에서 헌 신문지와 한지 조각을 꺼내왔다. 신문지로 먼저 감싸고, 한지로 한 번 더 감싸는 손놀림이 익숙했다. 종이가 잔을 감쌀 때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가게 안의 고요함 속에서 그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다. 한지의 결이 손끝에 닿았다가 멀어졌다. 계산을 하고 잔을 받아 들면서, 주인이 처음으로 말했다. 잘 쓰세요, 하고. 짧은 말이었는데, 쓰다라는 단어가 마음에 남았다. 사다가 아니라 쓰다. 이 잔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이라는 뜻처럼 들렸다.


밖으로 나오니 골목에 오후의 햇볕이 비스듬하게 들어와 있었다. 건물 사이의 좁은 틈으로 들어온 빛이 바닥의 오래된 타일 위에 긴 직사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선명해서, 한 발은 빛 속에, 한 발은 그늘 속에 놓이면 두 발의 온도가 달랐다. 뒤를 돌아보니 문은 이미 닫혀 있었고, 아까 그 삐걱거림의 여운만 기억에 남았다. 화분은 여전히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사진 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화분. 흙이 마른 것으로 보아 며칠은 물을 주지 않은 것 같았지만, 잎사귀는 싱싱했다. 잘 버티는 식물.


종이봉투 안에서 찻잔이 가볍게 움직이는 것이 손에 전해졌다. 한지와 신문지 사이에서 도자기가 부딪히지 않게 잘 잡아야 했다. 봉투를 든 손에 잔의 둥근 형태가 느껴졌다. 무게는 가벼운 편인데 존재감은 무거웠다. 집에 가면 이 잔으로 무엇을 마실까. 계피차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게 안에서 맡았던 그 향이 아직 코 안에 남아 있었으니까. 골목을 빠져나오면서 한 번 더 위를 올려다보았다. 낡은 간판은 그 자리에 있었고, 햇빛이 글자 위를 비추고 있었지만, 여전히 읽을 수는 없었다. 큰길의 소음이 한꺼번에 돌아왔고, 나는 방금 있었던 곳이 같은 도시가 맞는지 잠시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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