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아들 이 다니는 학교의 1주일 봄방학이었다. 대학 입시 수험생 아들에게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아서 샌프란시스코에 당일로 놀러 갔다. 현대 미술관에 가서 일본 작가 야요이 쿠사마 특별전에 갔고 사진과 비디오를 찍었다. 알록달록한 원색의 디자인과 빛이 만들어낸 전시 창작물은 우리의 눈을 행복하게 했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가족 여행을 많이 다녔던 이유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주기 위해서였다. 짧은 미술관 투어로 눈 호강을 제대로 했다.
난 아들의 전용 프토그래퍼이다. 아들의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올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주면서 내 실력이 많이 늘었다. 이 날따라 둘이서 짠 것처럼 아들과 같은 파란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입었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점심 먹기 전에 한 시간 시간이 남아 거리를 겄기로 했다. 아들이 제안을 한다. “ 엄마 틱톡에 올릴 동영상 같이 찍어요”. 난 졸지에 부스스한 얼굴과 부족한 몸매가 그대로 동영상에 찍혔다.
오늘 교회를 갔더니 중고등부에 여학생이 나에게 말해준다. “ 저 틱톡에서 봤어요, 재미있었어요. ” 댓글 중에는 “ 나도 이 엄마처럼 옷을 멋지게 챙겨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부러워하는 글이 있다고 보여주었다. 아이고야. 도대체 누가 몇 명이나 보았을까?
1년 후면 아들이 대학을 간다. 엄마와 소소한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이 얼마 남자 않았다는 것을 매일매일 상기시킨다. 아들이 게임을 하느라 늦잠을 자고, 학교에 지각을 하고, 친구들과 놀다가 늦게 집에 들어오면 화가 나고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 1년만 참자. 이제 육아로부터 해방이다. 난 자유다!”라고. 그러나 난 나에게 다가올 나의 생각을 알고 있다. 있다. 열받게 하는 아들이 무척 보고 싶을 것이며 그때 더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이다.
심했던 사춘기가 지나서 이제는 엄마와 같이 미술관 데이트를 해주는 아들.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엄마를 기꺼이 틱톡에 출현시키는 아들. 어느 때는 남편보다 말이 잘 통하는 아들. 딸처럼 마음이 예민하고 섬세한 아들은 성인이 되면 아마도 나의 좋은 말동무가 될 것 같다.
아들아 언제든지 틱톡에 출현해 줄게. 조회수 늘리기 위해 나를 언제든지 이용하렴.
할머니가 되어도 너의 SNS의 좋은 콘텐츠로 쓰일 수 있다면 난 그보다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