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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스트 May 20. 2024

내가 만난  커리어 “빌런들”을 회고해 본다 (1)

그리고 그들에게 감사한다.

 회사의 신입으로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회사의 임원까지 나는 글로벌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스토리도 다양하다.  그중 나에게 가장 큰 임팩을 준 사람들은 조직마다 한 명씩 있었던 빌런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중에 뒤돌아 보면 내가 절을 해야 할 정도로 감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들이 의도치 않았지만 나를 강하게 했고 나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내가 왠 복인지 다니던 회사마다 빌런들이 적어도 한 명씩 있었다.  회사마다 한 명 한 명 주옥같은 스토리이기에 한꺼번에 쓸 수 없으니 시리즈로 쓰기로 한다.    그리고 난  세월이 지난 지금 실명만 밝히지 않았지만 추정이 가능할 정도의 펙트를 쓸 작정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묵어둔 뱃속의 똥이 빠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   30년 묵어두었으면 많이 참은 것 아닌가?         


첫 번째 빌런 - 회장님 나의 회장님   

대학을 졸업하자 마지 입사한 곳은 광고 회사의 회장 비서 역할이었다.  그때는 여성의 취업이 흔치 않았고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기업 회장이나 사장의 비서였다.   난 당시 쌍용기업 가족 회사 중 하나인 광고 대행사의 회장의 비서로 대학 교수님의 소개로 입사하게 되었다.  그 교수님이 회장님의 와이프이다. 그 사실 하나로 난 회장한테 신용보다는 미움받을 이유가 충분했나?   나는 어쩌면 남편 바람피울까 꽂힌 감시자였나?  회장의 성격은 무척 고약했으며 밑의 모든 직원들을 종 대하듯이 했다.   수십 년을 부렸던 운전기사분은 집안일을 거들다가 눈이 실종 위기까지 이르었다.  결국 한쪽 눈을 잃었다는 후문을 들었다.   난 온갖 궂은일을 다하고 많이 꾸중을 들었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중 하나가 여주인공이 화장실에서 몰래 우는 것인데 나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부사장, 이사, 등등의 모든 임원들이 나에게 무척 잘해주고 선물 공세도 했다.  왜 나면 그들도 회장이 무서워서 벌벌 떨었으며 회장의 기분을 알고 다음 일정을 알기 위해서 나에게 아주 친절했던 것이다.  그들도 살아야 했기에.   


나는 회장님의 비서 역할보다는 광고 기획부 직원들을 부러워하며 그들과 점심 먹으며 놀러 다니는 재미로 회사를 다니는 것 같았다.  회사에 출근하기 싫어서  3호선 신사역에 도착하기 전에 사고가 나서 지하철이 전복이 되기를 기도 한 적도 있다. 어떤 날은 일요일 병이 너무 심해서 친구와 만나 마시기 시작한 술이 다음날 술병이 나서 월요일 출근을 못한 날 아침.  해장 약봉지를 사 오며 나를 바라보던 언니의 눈을 절대 잊을 수가 없다.   “ 내가 남편이 아닌 여동생 술병 약을 사야겠니?  


근무 중 가장 행복한 날은 회장님이 골프 라운딩이 있는 날이었다.  하루종일 회사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예상 밖으로 빨리 회사에 들어왔는데 나는 점심시간이어서 동료들과 라면 먹고 있다가 불려 가 헐래 벌떡 자리로 들어왔다. 그때 그분이 하신 말을 똑똑히 기억한다.  “  너처럼 돌아다니는 비서는 처음 본다”. 점심시간에 나가서 제대로 식사도 못하는 게 말이 된다는 말인가?  


퇴사 이후에도 검은색 그렌저만 보면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분의 차종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중반의 어린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보스였고 하는 일도 나와 맞지 않았다. 그래도 1년은 버티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틴 것 같다.  1년을 버틴 날 주위에 모든 임원들과 직원들이 축하해 주었다.  쉽지 않았을 텐데 1년을 버틴 건 대단한 것이라고 하면서.   축하해 주었던 한 명이 나의 다음 회사로 이끌어 주셨던 프로모션부서의 부장님이었다.   그 부장님은 홍보 회사를 창업을 하셨고 나의 두 번째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   홍보의 경험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던 나에게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하셨고 창업 멤버 5명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그동안 나를 옆에서 지켜보셨고 나의 성실함과 세상 제일 괴팍한 회장을 상대했던 인내심에 감동을 받으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회장을 상대할 정도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단다.     


만약 나의 첫 직장이 순탄하고 유한 성격의 보스를 만났다면 아마 난 그 회사의 비서로 나의 커리어를 지속했을까?  그 괴팍한 빌런 회장 때문에 나의 인내심이 세상에 들어 났고 그리고 자유롭과 독립적인 영혼의 나는 비서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귀한 스승인 것이다.   


나의 첫 빌런은 나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서 사회 초년생인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 했으며 그의 독함으로 나의 장점이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해 준 고마운 분이다.   다음 회사인 홍보 대행사는 지금까지 이어진 홍보와 마케팅 커리어를 이끈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난 그래서 그 회장에게 감사하다.  다음에 더 대단하고 엄청난 빌런이 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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