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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스트 Aug 14. 2024

대학 입시 수험생 아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

아들은 이제 고등학교 12학년이 되었다. 한국으로 비교하면  대학 입시 수험생인 고3인 것이다.  나는 12학년 엄마는 처음이라 걱정도 많고 경쟁이 심한 대학의 문턱을 넘는 준비를 하는 아들에게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작년부터 아들과 함께 하는 우리의 루틴이 있다.  주로 주말에 했던 것인데 요즘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일주일에 5일은 하는 루틴이다.  그건 동네 도서실이나 책방에 가서 2-3시간 정도 공부하고 공부를 마치면 운동하려 간다.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수다 떨기만 하는 아들에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안하기 위해서 시작된 루틴이다.   그렇게 시작된 엄마와의 루틴을 아들은 학기 중에는 학교 친구들과 스터디 클럽을 만들어 커피숍이나 도서실에 가서 같이 숙제를 하고 공부를 한다.  


1년 이상 아들과 같이 공부하러 다니면 좋은 구체적인 예들이 여러 가지 있다.  


아들이 집을 떠날 때 최고의 추억이 될 것이다.  

사춘기 고딩 남자애가 친구가 아닌 엄마와 같이 공부하러 다닌다는 것은 흔치 않을 것이다.  엄마 아빠와 같이 놀러 다니는 것조차 싫어할 나이에 공부를 하러 같이 다닐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단언컨대 지금의 시간은 나중에 세월이 지나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들이 엄마와 보낸 많은 시간들 중에 같이 공부하러 갔던 추억은 나에게도 아들에게도 정말 값질 것이다.  


화장실에 갈 때 편하다.

나름 우리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 도서실 자리를 잡을 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앉는다.  서로의 개인적인 거리는 모자 지간이라도 지켜준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가까이 앉아야 하는 이유는 서로 화장실 갈 때 각자 물건을 봐준다는 것.  미국은 한국과 달리 도난 사고가 많아서 컴퓨터를 책상에 놓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공부와 운동 루틴 콤보  

공부를 2-3시간을 한 이후에는 아들과 운동을 하러 간다.  각자의 운동 루틴이 있고 시간도 정확히 1시간 30분이다.  공부의 찌든 머리를 운동으로 몸과 기분을 전환시켜준다.  운동을 하고 나오는 그 순간은 정말 행복하다.  

처음에는 아들에게 엄마를 도와 달라는 식으로 제안했다.  “ 아들아, 엄마는 자꾸 살이 쪄. 그리고 혼자 운동하러 가기 너무 귀찮은데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그리고 운동을 하고 나면 “ 네 덕에 엄마가 운동을 할 수 있었어, 고맙다. 아들” 하고 감사의 표시를 한다.  그럼 아들은 으쓱해진다.


아들의 좋아하는 음악을 알게 된다.  

아들과 도서실에 갈 때는 꼭 아들이 운전한다.  미국은 법적으로 16살부터 운전이 가능하다.  아들과 공부하러 갈 때 아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들을 수 있다.  미국 힙합에서부터 K-pop 아이돌 가수까지 아들의 다양한 음악을 같이 들으면서 가수들의 이야기도 한다.  작년에 블랙핑크 콘서트를 보러 LA에 갔었다, 아마도 둘이 함께한 그 무엇보다 최고의 추억일 것이다.  블핑의 노래를 들으면서 같이 춤을 춘다. 내 나이 39살에 낳은 아들과 세대 차이는 엄청나다.  아들과 같이 좋아하는 음악은 우리의 세대 차이를 조금이라도 좁혀준다.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아들과 도서실에 갈 때 내가 하는 것은 주로 3가지이다.  회사 업무, 책 읽기 그리고 글쓰기.  그런데 최근에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9개월 기간의 Global Executives C-suite program을 신청했는데 합격이 되었고 지난달 7월부터 시작을 하였다. 일주일에 4시간 정도 시간이 드는 공부인데 비디오로 교수 강의 듣고, 숙제하고 케이스 스터디 등을 읽는 것이다.  아들이 대학 입시 준비를 본격적으로 할 때 엄마도 같이 대학 공부를 한다는 것은 아들에게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을 몸소 보여 줄 수 있어 의미가 있다.   

내가 고3 때 지금은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커리어 피보팅으로 공인 중개사 시험 준비를 했었다.  공무원을 오래 하셨던 아버지가 자격증 시험 준비를 위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은 당시 신선했고 나에게도 긍정적인 동기 부여가 되었다.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이 그렇게 긍정적인 영향이 되기를 기원한다.  


가끔 유명인을 만날 수도

지난 일요일은 도서실이 닫아서 공부하러 동네 책방에 갔다. 그곳에서 AI 업계에서 유명한 Andrew Ng 스탠퍼드 교수를 만났다.  거의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흥분된 모습으로 아는 척을 했고 아들과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들은 영문도 모르고 사진을 찍히고 나중에 소셜 미디어 팔로워수가 엄청나다고 하면서 뒤늦게 그분이 유명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공부하는 곳에 가면 유명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어쩌다 생긴 보너스 같은 선물이다.   



아들이 대학 원서를 내는데 까지 몇 달 남지 않았다. 에세이도 써야 하고 할 일이 태산 갔다.  지금까지 했던 노력들을 정리하여 원서에 담아내야 하는 이 기간에 엄마가 함께 할 수 있는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들아, 사실 공부는 평생 하는 거란다.  대학에 가고 졸업하고 일하면서도 늘 호기심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기 바란다.   엄마가 너에게 작은 본보기가 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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