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검열
"봉년 씨? 안 바쁘면 샌드위치 포스터 하나만 만들어서 보내줘요~"
-그럼 샌드위치 사진 보내주세요.
"봉년 씨가 잘 찍던데 언제 올 수 없나?"
-아, 당분간은 시간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선명하게만 찍어 보내주세요. 오늘 보내드릴게요.
바쁘지만...
부탁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기에...
하던 일을 멈추고...
-여보세요?
"아, 바쁘신가요."
-아니야
"이거 포스터 보내주신 거 있잖아요."
-어? 어.
"잉글리쉬머핀있쟎아요.
그 오른쪽 밑에 굿모닝이라 써 있어요. 굿모닝이 아니라. 긋모닝
맞는 건가요?"
-응? 어~
"그, 그게 맞는 거라고요?"
뭐 긋는다 할 때나 긋이지, 좋은 아침 할 땐 굿이잖아요."
-어......?
"새로운 표현법을 제가..."
-정말 넌 꼰대 같애. 긋모닝으로 해도 돼!
"아니 그 로마자 표기법에 의하면 이렇게 하면 해석이 안 되기 때문에..."
-그렇긴 하지. 그런데, 이거 어디 제출하는 것도 아니구,
[사장님 이거 틀렸는데요?] 손님한테 하하하 웃음을 주려고 그러는 건데?
...... 침묵......
그리구 잘 들어보면 구, 굿모닝이라고 안 해. 그읏모닝~ 이렇게 하지.
입을 더 옆으로 쫘악 이렇게 하라고, 그읏 모닝 되시래요 이렇게. 그런 의도로 긋 한 거야
(얼굴을 보여줄 수가 없어서 안타까운 나.)
"저는 뭐 신경 쓸 부분 아니니까 그냥 주시는 대로 하는 데, 하자가 있어서..."
-일부러 그렇게 하셨다는데 사장님 마음에 안 드시면 쭉 하나 그을까요? 그렇게 여쭤 봐.
"알겠습니다. 사장님께 노란색 사인펜 하나 사오시라 말씀드리겠습니다."
-굳이? 다시 만들어 보낼까?
"아직 사장님 안 보여드렸어요... 어머니께서 실수하신 것 같아서요."
나라사랑 한글사랑 넘치시는 둘째 아들.
부모의 무지를 따듯하게 감싸는 둘째 아들.
쓸데없는 배려가 넘치는 고지식한 둘째 아들.
오늘도 그 카페에서 근무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