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에 남은 엄마의 잔향
브런지 낙선작
고소한 맛을 가득품은 향이 허락도 없이 내 창 턱을 넘어선다. 오늘의 이 향은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다.
허락없이 나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 식물은 내가 경고할 틈도 주지 않고 나의 창을 넘어섰다
이미.
내 손은 이런 고소한 향을 만들지 못한다.
주재료가 뭘까.
향을 분석하기도 전여름 날의 해와 맞짱 뜨며 자란 들깨만이 뿜어낼 수 있는 향이 올라온다.
아마도 아랫집 아주머니는 들깻잎을 볶는가 보다.
나의 엄마도 한 때는 땀 냄새 배인 몸빼바지를 벗어놓지도 못한 채 들깻잎을 볶던 날이 있었다.
내 코에 시비를 걸어온 건 들깻잎.
내 코에 남은 것은 진한 엄마의 땀 냄새.
내 코끝찡해진다.
누군가를 위해 바삐 들깻잎을 꺾어 프라이팬 위에서 비빌 생각은 하지도 않으며 나는
들깻잎을 무심히 바라본다.
조심조심 비벼본다.
내 마음속으로 들어 앉지 못했던 엄마의 향이
코끝에서 달랑거린다.
2020.09.12_봉년